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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⑧] 서민 사랑 독차지하던 車, 이런 수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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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들, 문을 걸어잠그면 안에서 무슨일이 생겨도 모르는 이웃집…. '공포'의 근원이 '무지'와 '단절'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도시는 괴담이 '창궐'하기 딱 좋은 장소다. 아시아경제에서는 여름 납량 특집으로 지난 100년간 도시 곳곳을 떠돌았던 '도시괴담'의 연대기를 돌아보는 '괴담 크로니클' 시리즈를 연재한다.)
1981년 8월 신문에 실린 '봉고 코치' 광고.

1981년 8월 신문에 실린 '봉고 코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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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8월 1t 트럭 차체를 개조한 12인승 국산 미니버스가 첫선을 보였다. 가봉 대통령 이름에서 차명을 따온게 아니냐는 소릴 듣던 이 차는 좌석마다 '여자 마네킹'을 빽빽하게 앉혀놓은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실으며 대대적인 관심을 끌었다. 제조사인 기아자동차는 이 미니버스의 주된 개발목적이 "기업체들이 출퇴근용으로 소형버스를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10년 후. 이 차는 신문 사회면 한켠을 차지하는 단골손님이 된다. 그것도 '인신매매'라는 인류 최악의 범죄와 함께. 이 차의 이름은 '봉고'다.
1988~1989년은 인신매매가 한창 사회이슈가 됐던 해다. 경향, 동아, 매일경제, 한겨레 등 4개 일간지 기사 중 '인신매매'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전두환 정권 말(1987년) 22건에서 1988년 137건, 1989년 529건으로 2년새 24배나 늘었다.

이들 기사에는 '봉고'가 자주 언급됐다. "봉고 렌터카를 이용, 술집 여종업원을 납치 폭행하고 인신매매 하려던…", '대부분 승용차나 봉고를 이용…', '이태원 영등포 등지 유흥가에는 봉고차가 4~5대씩 주차해…' 등 인신매매꾼들은 서민의 미니버스 '봉고'를 범죄목적으로 악용했다.

대부분의 승합차가 그렇지만 봉고는 입구쪽 시트를 올려 뒤쪽 좌석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이런 봉고의 단점이 인신매매범들에겐 최적의 납치수단이 되었을 수 있다.
당시 기사를 참조하자면 매일 저녁 속칭 '핫빠리꾼(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여성들을 유인하는 역할)'이 젊은 여성이 많은 서울 시내 유흥가를 봉고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대상을 물색했다고 한다. 차로 납치한 부녀자들은 '용달꾼'이 수원, 부산, 동두천, 목포, 군산 등 전국 유명 사창가로 팔아넘겼다.

인신매매단은 10대 청소년이나 중산층 아녀자도 납치했지만 공단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나 시골 주점 종업원 등 주로 저소득 계층을 노렸다. 조직폭력배 등은 여성을 납치한 이후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다"고 설득하며 전국의 윤락가에 팔아넘겼다. 고리의 채무와 불평등한 계약 조건이 당연하다는 듯이 붙었다.

노태우 정권이 경찰관 대폭 증원, 외근 인력 무기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범죄와의 전쟁'을 90년 10월 13일 선포했지만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안한 민심은 괴담을 낳았다. 이후 현재까지 사창가에 팔아넘기거나 장기밀매를 위해 사람을 납치한다는 '봉고괴담'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06년경 유행했던 대구 K대 괴담이다. 한 남자 신입생이 방을 구하러 하숙촌을 전전하다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신축 원룸이 있는데 이곳에서 좀 떨어져 있다는 얘기를 하며 검은색 봉고에 올라탈 것을 권유했고 남학생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봉고에 올라타니 자기 말고도 남학생 3명이 더 있었고 아주머니는 보온병에 든 커피를 권하며 "학생들이 추운데 고생이 많다"고 다독였다.

하지만 이 신입생은 커피를 받아 먹은 후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수술도구가 즐비하게 놓인 포항 시내 한 창고였다. 신입생은 필사의 탈출 끝에 겨우 생명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인터넷을 통해 이 괴담은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K대학 학생처장이 학생들에게 '원룸 아줌마'를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단체 문자를 보냈다는 소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괴담의 실체가 밝혀지거나, 범죄 집단이 검거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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