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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에선 신세경이 '가정부'로 나온다. 극중 신세경은 집주인 이순재와 그의 딸 오현경의 총애를 받는 동시에 사위 정보석과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적대 관계를 유지한다. 사실 이런 설정은 60~70년대에 쏟아졌던 '가정부' 공포영화의 '비틀어보기'란 사실을 알만한 이들은 안다. 이들 영화에서 가정부는 신세경과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다. 주인집 남성들은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리고, 마나님은 질투가 섞인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감시한다.
지금이야 가사도우미라는 말로 순화해서 쓰이지만 50년전만 해도 가정부, 식모(食母)라는 말로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들을 통칭했다. 60년대 시골에선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인파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역에서 올라온 처녀들은 공장직원으로 식모로 혹은 사창가로 발길을 향했다. 한창 아름다울 시기인 18살의 처녀, 순박하고 집주인의 말을 잘 듣는 그녀들은 부잣집 사장님에게 치명적 유혹이 됐고 마나님에겐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안락한 우리 집에 혹시라도 위해를 가할까, 식모는 집에 들어와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 시리즈(하녀, 화녀, 화녀82) 역시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식모를 집안에 들이면서 깨어지는 가정의 평온을 그리고 있다. 오리지널 '하녀'는 임상수 감독의 리메이크작으로도 많이 알려졌으니 비슷한 내용의 영화 '화녀(1971)'를 보자. 화녀에선 작곡가인 바깥양반이 새로들인 식모 명자를 겁탈하고 임신까지 시키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된 아내는 명자의 아기를 강제로 낙태시키고 명자는 복수심에 전가족을 '쥐약'으로 몰살하려 한다.
배우 김영애의 부잣집 마나님 연기가 일품이었던 공포영화 '깊은밤 갑자기(1981)'. 남편이 지방 출장을 갔다 폐가에서 데려온 무당의 딸, 미옥(이기선 분)을 새로운 식모로 들이게 된다. 김영애는 육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미옥과 남편의 사이를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의부증이 극에 달해 미옥을 죽이려한다. 미옥은 김영애가 휘두르는 도끼를 피해 도망가다 실족사를 하게 되고, 김영애는 이후 미옥의 환영에 사로잡혀 미쳐버리게 된다.
이같은 두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0년대 교양있는 서울 중산층의 '식모 사랑'은 대단했다. 당시 신문기사를 참조하자면 직업소개소에 식모를 찾는 의뢰가 하루에도 30건씩 잇따르는 반면 식모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수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일 잘하는 남의 집 식모를 꾀어다 쓰는 경우도 있었다. 시쳇말로 이를 '식모유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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