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014년 세종도서-문학나눔사업'을 진행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에는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 고려해 우리 문학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이번에 정부가 ‘특정 이념’과 ‘국가경쟁력’이라는 조항을 우수도서 선정 기준으로 제시, 논란을 일으켰다.
문화계는 이번 우수도서 선정 기준 변경이 '종북콘서트'로 논란이 된 재미동포 신은미씨 사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문체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가 종북 논란에 휘말려 최근 선정 취소 및 회수 조치 당했다. 이어 문체부는 ‘2015년 세종도서-문학나눔의 선정 기준'을 변경, 특정이념 및 국가경쟁력을 제시하면서 정부와 문화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한국작가회의 등은 새 기준이 문학작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 잣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작가회의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해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출판인회의도 "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은 출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담은 작품들을 출판, 동시대의 독자들과 공유할 출판인들의 자유와 권리마저 원천 봉쇄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역시 "순수문학을 굳이 분별하려는 것은 덧없는 일"이라며 "60년대는 지금과 달리 문학이 사회적 의제의 공급원 노릇을 하던 시기였으므로 순수, 참여 논쟁은 문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보수 세계관을 대표하는 시금석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사회 의제는 정치·사회적 갈등과는 다른, 새롭고도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문학이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종족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등의 문제와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태 작가는 "현재의 한국문학은 다양성의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분투해 온 문학인과 출판인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자산이며 역사"라며 "현 정부는 소중한 우리의 문학적 성과와 출판의 역사를,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돌연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문단 바깥에는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의 대립 구도가 고정관념처럼 남아 있다. 그 시각으로 오늘의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참여논쟁은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므로 오늘의 쟁점을 담아내기에는 시효가 지났다. 시인·작가들의 직접적인 관여를 요구하는 현실 사회의 호소와 압력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해왔다. 문학의 현실 참여는 작가의 내면에서 솟아난 주체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외부 현실에서 가해지는 객관적 요구일 따름이다." 염무웅 교수의 의견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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