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LD CLASSIC다시 돌아온
TD 전성시대
지금 가장 힙하다랄프로렌·빈폴·헤지스·라코스테…다시 왕좌에 오른 클래식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이
다시 유행이 됐다
TD는 셔츠와 재킷, 면바지, 피케 셔츠, 니트처럼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클래식 캐주얼을 뜻한다. '아저씨 옷'으로 불리던 트래디셔널 캐주얼(TD) 브랜드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 자릿수에 머물던 매출 증가율이 올해 20% 가까이 뛰었다. 특히 미국브랜드 랄프로렌이 30%에 근접한 성장률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명품과 제조·직매형 의류(SPA)로 양극화된 패션 시장에서 유행을 덜 타는 디자인과 오랜 브랜드 역사가 다시 경쟁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TD 브랜드의 인기는 2010년대 들어 시들해졌다. 저렴하고 유행에 민감한 SPA 브랜드가 일상복 시장을 넓혔고,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은 명품과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이동했다. 스트리트 패션과 애슬레저가 유행하면서 셔츠와 면바지 중심의 단정한 옷차림도 낡고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고객층까지 브랜드와 함께 나이 들면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X세대 브랜드' '아저씨 옷'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RALPH LAUREN
RALPH LAURENNEW CLASSIC
BEANPOLE
HAZZYS
LACOSTE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의 TD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7.8% 증가했다. 2024년 2.1%, 지난해 5.1%에 그쳤던 증가율이 올해 두 자릿수로 뛰었다. TD는 셔츠와 재킷, 면바지, 피케 셔츠, 니트처럼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의류를 말한다. 랄프로렌·빈폴·헤지스·라코스테가 대표 브랜드다.
랄프로렌은 이 시장의 절대강자다. 올해 1~8월 백화점 3사의 랄프로렌 매출은 평균 27% 증가했다. 헤지스(14%), 라코스테(12%), 빈폴(1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성장률이다. 랄프로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6122억원으로 전년(5337억원)보다 14.7% 늘었다. 국내 주요 TD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다. 업계가 추정한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이 약 6000억원, LF의 헤지스가 약 5000억원이다. 라코스테의 국내 사업을 운영하는 동일라코스테의 매출은 3110억원이었다. 랄프로렌은 유통과 가격 전략을 바꿨다. 2020년을 전후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비자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 결제를 제한하고 국내 공식 유통망을 강화했다. 할인 판매를 줄이고 정가 판매 비중을 높이는 한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때 낡아 보였던 이미지도 자산으로 바뀌었다. 20·30대가 랄프로렌 니트와 피케 셔츠를 넓은 바지, 운동화와 함께 입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 세대의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 하는 대신 오래된 디자인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조합한다.

TD의 부활 배경에는 패션 소비의 양극화가 있다. 소비가 고가 명품과 저렴한 SPA로 몰리면서 중간 가격대 패션 브랜드의 입지는 좁아졌다. TD는 이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명품보다는 저렴하면서 소재와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셔츠나 니트 한 벌을 사면 출근과 모임, 여행 등 여러 상황에서 입을 수 있다.

젊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를 중시하는 흐름도 맞아떨어졌다. 식상해 보였던 포니와 자전거, 사냥개, 악어 로고가 20·30대에게는 오랜 역사를 지닌 '헤리티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행을 좇아 매년 옷을 바꾸기보다 검증된 디자인을 오래 입으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백화점도 TD 매장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은 1층에 랄프로렌과 라코스테의 남녀 복합 매장을 배치했다. 타임스퀘어점도 여성 캐주얼 층에 라코스테 여성 매장을 새로 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점으로 여겨졌던 무난함과 오래된 이미지가 이제는 좋은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