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본관 집무실 대신 '1분 컷 거리' 여민관서 참모들과 직접 소통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이른 아침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 북악산 기슭으로부터 불어오는 칼바람을 막기 위해 두꺼운 외투 깃을 세운 청와대 직원들이 출입증을 목에 걸고 줄지어 연풍문 출입구에 들어섰다. 직원들은 마주친 동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스피드게이트를 거쳐 하나둘 각자의 여민관 사무실로 향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이전한 지 한 달. 청와대 복귀는 지난해 12월29일 0시를 기점으로 공식화됐다. 용산에 걸렸던 봉황기와 봉황 휘장이 청와대로 옮겨 걸리고, 대통령 조직의 공식 명칭도 다시 '청와대'로 돌아왔다. 청와대에서 만난 참모들은 "용산에서는 뭔가 임시로 세 들어 사는 느낌이었지만,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용산에서 청와대로 복귀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중심축을 보다 안정적으로 세우는 과정"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본관은 의전 행사용…참모들 신속한 결정·대응 '1분 대기조' 긴장감
청와대 건물의 기능은 철저하게 국정 업무 효율성에 맞춰 결정됐다. 국민들과 좀 더 가까이 있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홀로 떨어진 청와대 본관 대신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겠다는 의미로 평소 업무를 여민관에서 처리하고 있다. 청와대 본관은 정상회담 등 의전의 의미가 큰 공식 행사에 주로 활용한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의 기억이 있는 과거 청와대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참모진이 상시 대기하는 업무동에서 결재·보고 등 일상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본관 집무실은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을 신축하면서 마련한 공간으로 대통령의 위상과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참모들이 주로 근무하는 여민관과 약 500m 떨어져 대면 보고를 위해서는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15분 이상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에 업무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요 참모들은 이른바 '1분 컷' 거리에 포진해 있다. 여민관 1관 한 건물에 대통령과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김용범 정책실장·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속한 결정과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여민1관에는 3실장 외에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할 의전비서관실과 연설비서관실 참모를 포함해 홍익표 정무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비서관 등이 근무하고 있다. 여민2관에는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 여민3관에는 국가안보실·홍보수석실 참모들의 집무실이 마련됐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공간의 변화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언제든 이 대통령에게 불려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 경호·낮은 경호…경호처는 시민·차량 검문 최소화, 댕댕런·인증샷도 통제 안해
대통령경호처도 청와대 복귀 후 '열린 경호·낮은 경호' 원칙에 따라 청와대 앞을 지나는 시민과 차량에 대한 검문을 최소화하고 있다. 강아지 모양의 '댕댕런' 러닝 코스(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도 통제하지 않는다. 실제 청와대 집무실 인근을 달리는 시민이나 본관이 보이는 도로에서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 마련했던 '오픈 스튜디오'도 별도의 출입 신청이 필요하지 않은 사랑채로 이전해 운영한다.
외부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한층 용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국방부 건물로 설계돼있다 보니 정상급 일정을 수행하기에 격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다른 청와대 비서관은 "본관·영빈관·상춘재 등을 행사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다양한 의전과 행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관저 보수공사 마무리 덜 돼 복귀 작업 아직 미흡… 이전·복구 파생 비용만 수천억
다만 복귀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못했다. 청와대 관저는 설계와 시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보수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기존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청와대 복귀로 인해 탐방이 중단된 북악산 등산로도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완전히 개방되지 못한 상태다. 이 밖에도 이전작업을 담당하는 관리비서관실이 청와대와 용산을 오가며 추가 보수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과 청와대를 오가면서 투입된 국민의 혈세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 당시 용산 이전과 이재명 정부 청와대 복귀를 합치면 1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파생된 비용을 모두 합하면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상징하는 기간은 길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신속하게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여러 번 세종에서 임기를 마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 기본·실시 설계를 통합 추진하고 설계·부지를 조성해 2027년 8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입주 목표 시점은 2029년 8월이다. 당초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30년 5월 완공이 목표였는데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정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