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에게 먹이를 줘 보세요."
최근 찾은 경기도 소재 A 실내동물원. 입구를 지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먹이주기 체험존'이었다. 관람객은 3000원을 추가로 내고 수달 등에게 먹이를 줄 수 있었다. '정해진 먹이 외 먹이주기 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이를 직접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기자가 직접 수달에게 먹이를 주니 수달 4~5마리가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소리를 내며 격렬히 움직였다.
'교육 목적' 계획서 내면 먹이주기 가능하다
동물들의 복지를 강화하는 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체험형을 표방하는 실내동물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동물 복지와 법적 취지에 어긋난 운영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26곳 동물원 가운데 체험형 동물원은 55곳(43.7%)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실내에서 운영되는 실내동물원 형태로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져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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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시행된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에서 동물에게 먹이주기, 만지기 등 체험형 전시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동물과의 직접 접촉이 동물 복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이런 행위가 동물에게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데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다만 기존 등록된 동물원 등은 5년 유예가 적용됐고, 교육 목적의 계획서를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면 이 같은 체험형 전시행위가 가능하다.
굶주린 채 좁은 곳에 다닥다닥… 다른 종과 같이 살기도
상당수 실내동물원이 먹이주기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수익성 사업으로 이용하고 있다. 서울 소재 B 실내동물원의 경우 5000원에 동물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연대팀장은 "동물이 체험에 반응하게 하려고 일부러 밥을 적게 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체험형 전시행위는 교육보다는 오락에 가까운 행위인 만큼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육장이 지나치게 좁거나 숨을 곳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A 실내동물원의 경우 기니피그 20~30마리가 서식하는 사육장에 은신처는 5개 남짓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 기니피그들은 유리벽 가까이에 있거나 몸을 움츠린 채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B 실내동물원 펭귄 서식지에선 6마리나 되는 펭귄이 몸을 숨길 은신처를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종 합사'도 흔하다. A 실내동물원에서는 카피바라와 레오파드 육지거북이, B 실내동물원에서는 토끼와 설카타 육지거북이가 같은 우리에 있었다. 이종 합사의 경우 서로 다른 종의 생태적 습성과 정서적 고통을 무시한 전시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인간과의 접촉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
전문가들은 체험 위주의 전시 공간으로 변질된 실내 동물원의 운영 방식이 관련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국장은 "야생동물은 인간을 피하는 것이 본능인데 이런 동물을 반복적으로 인간과 접촉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아 팀장도 "진정한 의미에서 동물원은 오락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식지를 잃은 동물을 구조하고 생태를 복원하는 시설"이라며 "동물을 체험 대상으로 전시하는 방식은 복지 인식이 높아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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