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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오아시스가 16년 만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 21일, 공연장 외부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동문과 서문 근처 계단 양쪽으로 돗자리와 미니 텐트를 펴고 자리를 잡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굿즈 티셔츠를 입고 벙거지를 쓴 20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캔맥주와 치킨을 나눠 먹으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본 공연이 시작되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원을 돌거나 점프하며 떼창을 이어갔다.
예매 실패한 관객들, 공연장 외곽서 함께 즐기는 문화 형성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밖탠딩'으로 불린다. '피켓팅'(피+티켓팅)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티켓 확보가 어려워지자, 예매에 실패한 관객들이 공연장 외곽에 모여 음악을 함께 즐기며 생겨난 문화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또 하나의 스탠딩존처럼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밖탠딩 인원은 200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전광판 일부가 보이는 구역이나 'N3 입구처럼 사운드가 선명하게 들리는 위치'가 명당으로 공유된다. 실제로 '밖탠딩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내부보다 오히려 더 자유롭다'는 경험담도 잇따른다. 낯선 관객들끼리 간식을 나누며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이다.
사운드 잘 들리고 더 자유롭고…먹고 뛰고 '밖떼창'까지 즐거워
오아시스 공연장 밖에서 만난 이수지씨(21)는 "티켓팅도 못하고 취소표도 구하기 힘들어 밖탠딩을 하려고 왔다"며 "입장한 관객들이 부럽긴 했지만, 분위기가 뜨거워 잘 즐겼고 앙코르 때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현장에 티켓을 구하러 왔다는 이재민씨(25)는 "표를 구하지 못해도 굿즈만 사고 돌아가려 했는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페스티벌처럼 친구들과 노래도 따라 부르며 재밌게 즐겼다"고 말했다.
'밖탠딩'은 오아시스뿐 아니라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솔로 콘서트, 콜드플레이 내한 무대 등 여러 대형 공연에서도 목격됐다. 일부 공연에서는 후렴구만 함께 부르는 '밖떼창'이 등장했고, 사운드가 잘 전달되는 구역을 표시한 '명당 지도'가 팬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면서 특정 구역 인근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안전 관리 필수…또 하나의 'K공연 문화' 될수도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야외 공연의 경우 사운드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고,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팬덤이 외곽에 자연스럽게 모여 밖탠딩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구역 외부에 인원이 집중될 경우 이동 동선 확보와 안전요원 추가 배치 여부를 검토하고, 경찰 순찰도 강화해 시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 운영 관계자는 "팬들이 임의로 '스탠딩존'을 설정하면 외부 공간도 사실상 운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일부 공연장은 외곽 관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에 따라 밖탠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어, 안내 요원 통제에 따라 안전하게 즐긴다면 하나의 성숙한 K공연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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