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입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 화제다. 넥타이를 매진 않았지만 검은색 셔츠와 재킷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올블랙' 착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킷은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빅토르 아니시모프의 제품으로 군용 캔버스 소재로 만들어 전투복의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뒷면과 소매에는 트임이 있어 일상복 스타일에 가까워지도록 디자인됐다"고 전했다.
6개월 전, 지난 2월28일 전투복을 입고 백악관에 나타났을 때와는 다르게 한층 격식을 갖춘 모습이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검은색 카고 바지에 전투화까지 착용한 군복 스타일 옷을 입고 갔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완전히 차려입었군요"라고 비꼬았고, 젤렌스키의 이 복장이 회담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만나 회담을 진행 중 고성을 내며 충돌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또 미국의 보수성향 매체인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의 기자 브라이언 글렌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라며 "정장이 있기는 한가요?"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18일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회담에서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오른쪽 가운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복장과 관련한 말을 하고 있다. /백악관
원본보기 아이콘6개월 만에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시 접한 글렌 기자는 달라진 복장을 보며 "정장이 정말 멋져 보인다. 아주 보기 좋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같은 말을 했다. 멋지지 않은가"라며 젤린스키 대통령에게 "지난번에 당신을 공격한 그 사람"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도 기억한다"며 글렌 기자를 향해 "나는 옷차림을 바꿨지만 당신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보수 매체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 브라이언 글렌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배경으로 방송 중계를 하고 있다. /엑스(X)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런 가운데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장을 입고 온 건 백악관 측 요청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 측에서 우크라이나에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찾을 때까지 다시는 정장을 입거나 넥타이를 매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검정 티셔츠와 군복 스타일 바지 등 이른바 '전시 복장'을 고수하며 공개석상에 등장해 전쟁 중인 상황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왔다.
지난 2월 회담에서 대통령의 복장이 조롱거리가 되자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우리만의 정장이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군장을 착용한 군인들,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폭격 현장에서 시민을 구조하는 소방관 등의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더불어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근무복을 군복으로 갈아입었다"며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의 복장이 달라 보일 수는 있지만, 모두 최고의 품위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