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의 노동부 장관이 "쿠바에는 거지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논란 끝에 결국 사임했다.
15일(현지시간) 마르타 엘레나 페이토 쿠바 노동부 장관은 전날 의회 회의에 참석해 빈곤 문제 해결 방안을 설명하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주워 먹는 사람들이 사실은 거지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손이나 옷을 보면, 거지 행세를 하는 것이지 진짜 거지가 아니다"며 "쿠바에는 거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장관의 이 발언이 방송으로 생중계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노한 쿠바인들의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다. SNS에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음식을 주워 먹는 사람들의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고, 경제학자인 페드로 몬레알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쿠바에 장관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있다"고 비꼬았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페이토 장관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페이토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이후 의회에서 "우리 중 누구도 실제 현실과 동떨어져 오만함과 가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며 "'거지들'이라는 단어는 쿠바가 겪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문제의 구체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100만명의 쿠바는 최근 수십 년간 극심한 경제난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국내 경제 관리 부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며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식량과 의약품, 연료 등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부족한 상태이며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전력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전체 쿠바 인구 중 3분의 1 이상이 극빈층으로 생활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AFP는 지난 2년간 쿠바 거리에 노숙자와 거지가 크게 늘어난 것이 체감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쿠바는 지난 1월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복원된 미국의 경제 제재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전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를 대거 해제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쿠바 정권이 국민을 억압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對) 쿠바 강경 대응 노선에 앞장서고 있다.
쿠바(Cuba)
쿠바는 1959년 공산주의 혁명 이후 북한과 국교를 맺으며 대한민국과의 잠정적 외교 관계 수립을 철회했으나, 냉전이 종결되면서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회복되었고 2024년 2월14일 공식적으로 국교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