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연수(가명)씨는 아파트 청약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독립 후 지금껏 무주택에 아이 셋을 키우면서 청약가점도 70점을 넘겨 강남권 새 아파트 청약도 당첨 가시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도 두둑한 편이라 대출여력도 충분할 것으로 가늠했다. 그러나 이번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자금 마련 방안을 다시 짜게 됐다. 최후의 수단으로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목돈을 빌리는 것도 옵션에 올려뒀다.
# 결혼 후 서울 주변 신도시에 반전세로 집을 구한 이언수(가명)씨도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향후 매도까지 염두에 둔다면 서울 내 신축 아파트가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특별공급 기회를 노려볼 참이었는데, 대출 규제로 자금계획이 꼬였다.
정부 주담대 규제로 더 치열해진 청약전쟁
전문가들 "실수요자라면 저렴한 분상제 단지 주목"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도 노려볼만

중도금 대출은 대출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입주 시 잔금대출은 주담대와 똑같이 6억원 한도를 적용받는다. 새 규정이 적용되는 지난달 28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오는 단지는 전부 해당된다. 이달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적용되며 대다수 차주의 대출한도도 줄었다. 정부가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안 된다, 과도한 레버리지로 돈 벌 생각은 접으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강도 금융 규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수요, 분상제 아파트 눈길
이번 규제로 당장 새 집을 분양받을 경우 자체 조달해야 할 금액이 늘어난 만큼 분양가가 싼 아파트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특히 공공택지 등에 짓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 이전에도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찾는 이가 많았다. 시장조사업체 직방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22개 단지에선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6.2대 1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미적용 단지 50곳의 경쟁률은 4대 1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5월 청약접수를 받은 동탄2신도시 '동탄 꿈의숲자연앤데시앙'은 294가구 모집에 1만2315명이 신청했다.
이달 공급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로는 경기도 군포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 짓는 '대야미역 금강펜테리움 레이크포레'가 눈에 띈다. 지하 2층~최고 27층 5개 동, 총 502가구 규모 단지로 이 가운데 452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평택고덕지구A4블록에 '고덕 자연앤하우스디'를 분양한다. 지하 1층~ 지상 최고 23층, 7개동을 짓기로 했다. 전용 84·98㎡형으로 총 51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KCC건설이 김포 고촌에 짓는 오퍼스 한강 스위첸은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9개 동으로 총 1029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전 가구가 전용 84·99㎡ 중대형 타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하반기에도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꾸준히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주요 지역 공공분양은 어때요
3기 신도시 등 주요 지역에서 공공분양 물량도 노려볼 만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 3분기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7700여가구에 달한다. 당장 이달 남양주 왕숙지구에 공공분양으로 1776가구, 신혼희망타운 401가구 등이 나온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는 신혼희망타운 255가구 등 총 1175가구를 분양한다. 구리갈매역세권지구에도 신혼희망타운 1182가구가 예정돼 있다. 화성 동탄2지구에서는 6년 분양전환 공공임대 610가구가 처음 공급된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방식으로 6년간 임대로 살다 분양 여부를 택할 수 있다.
다음 달에도 의정부 우정지구(공공분양 538가구), 과천 주암지구(신혼희망 686가구)에 청약이 예정돼 있다. 오는 9월에는 원주 무실지구(공공분양 295가구), 남양주 진접2지구(공공분양 405가구), 울산 태화강변지구(공공분양 277가구), 시흥 하중지구(신혼희망 390가구)를 공급한다. 신혼희망타운은 청약저축 가입자 가운데 신혼부부나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을 위한 유형으로 소득이나 신청 당시 거주지역 거주기간, 청약저축 납입횟수 등 입주자 모집 시 순위를 매긴다. 소득·자산 기준이 있고 출산한 자녀에 따라 기준이 완화되는 정도가 다른 만큼 관련 공고문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 대출규제가 지난달 27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단지인 만큼 그에 앞서 분양한 단지는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6억원 이상 대출이 가능한 것은 물론 생애 첫 주택구매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특별공급이나 1·2순위 청약접수에서 공급물량 이상의 신청자가 몰린 만큼 잔여물량이 나오더라도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계약이나 미분양분, 위법 행위가 적발돼 잔여 물량이 있을 경우 진행하는 무순위 접수는 일반 아파트와 같이 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가능하다. 규제지역에서는 재당첨제한이 적용되고 재당첨제한자는 청약이 불가하나 비규제지역에서는 재당첨제한을 적용받지 않고 재당첨제한자도 청약이 가능한 차이가 있다. 이후에도 남은 물량은 임의공급으로 진행하는데 이 경우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청약을 받아 분양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