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역 1번 출구 인근에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 '탈모 치료는 마라톤' 등의 광고를 붙인 피부과와 이비인후과 등이 몰려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탈모 성지'라 불리는 이곳에서 처방전을 든 채 2층 병원에 들렀다가 1층 약국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외모 관심 높아지며 모발 관리 급증…종로 병·의원마다 대기줄
직장인 김모씨(30)는 "베개 위에 머리카락이 가득 뭉쳐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처음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침마다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여기서 주기적으로 약을 산다"며 "약을 먹은 뒤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기자가 들어가 본 병원에는 20여명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을 곳이 모자라 서서 기다리거나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대기자들도 있었다. 처음 찾았다는 대학생 이모씨(26)는 "군대를 다녀온 뒤로 모발이 얇아지고 힘이 없어져서 와봤다"며 "처음엔 민망했는데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위안이 된다"고 했다.
기자가 접수한 지 40분 정도 지나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모발이 얇아지는 것 같아서 왔다'고 했더니 의사는 기자의 두피를 살펴보고 이마를 살펴봤다. 의사는 "예방 차원에서 처방받으려면 두타스테라이드 계열과 피나스테라이드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며 "두타스테라이드는 탈모 예방에 더 효과적이지만 성욕 감소 등이 따라올 수 있고, 피나스테라이드는 이보다 효과는 덜한 만큼 부작용도 적다"고 진단 결과를 내줬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장기 처방 가능
진료받으러 온 젊은이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직장인 장준환씨(33)는 "6개월씩 약을 타 먹는데 약값이 11만원 정도"라며 "탈모 예방 목적으로 4년째 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이모씨(30)는 "탈모약을 먹으려면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한 번에 1년이나 2년 정도 장기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며 "집안에 탈모인 어른이 많아서 머리가 빠지기 전에 미리 약을 먹는다"고 했다.

식습관 개선·운동 병행해야 탈모 예방
전문가들은 탈모 예방을 위해 약물 복용과 식습관 개선, 운동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는 노화 현상 중 하나로,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탈모 발생 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탈모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체중을 관리하고 채소 위주로 식습관을 기르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상욱 대한탈모학회장도 "수면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이 탈모를 유발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한 수면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탈모약을 일률적으로 처방받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환자 성별, 나이, 혈액검사 수치 등을 반영해 다양한 약물을 조합해서 처방해야 하는데, 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처방해 어지러움, 불면증 등 증상이 발생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