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업무 지방공무원에 떠넘긴다"
익명 커뮤니티에 불만 목소리
전공노, 공보물 작업 대행 사무 지정 중단
작업비용 인상도 선관위에 요구
상황 개선 안 될 땐 작업 거부 시사
선관위, 2월 말 기준 휴직자 133명
주요 선거 때마다 '휴직 러시' 반복
김대웅 선관위원 후보자, 청문회서
"본연의 업무 마비될 정도의 휴직, 문제"

6·3 대선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선거 업무를 맡게 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다. 선거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선관위가 선거 업무 상당 부분을 지방공무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선관위가 직접 하라는 주장을 폈다.
지방공무원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대행 사무는 '공보물 작업'이다. 후보들이 공약 등을 알리기 위한 공보물을 제작하면 이를 투표권이 있는 주민들의 주소로 보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해진다. 공무원들은 이 과정에서 행정력 낭비와 비효율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후보들은 선관위로 공보물을 보내는데, 그 공보물을 봉투에 넣는 '작업 공간'으로 실어 나르는 업무는 지자체 공무원에게 할당돼 있다고 한다. 후보마다 공보물을 발송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수차례 선관위와 작업장을 오가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책자형 공보물에 전단형 공보물이 추가돼 따로 발송하면서 일이 두 배가 됐다고 한다.
공보물 작업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려고 해도 인건비 예산이 8만4000원가량으로 책정돼 있어서 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4시간만 하고 가시라'고 하고 나머지는 공무원이 남아서 한다"며 "공보물 작업을 지휘 감독하는 공무원에게는 수당도 없다"고 했다.
전공노는 이번 대선에서 공보물 작업 대행사무 지정을 중단하고, 공보물 작업 비용을 인상해 달라고 선관위에 요구한 상태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공보물 작업 거부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정해찬 전공노 남해군지부 사무국장은 "공직선거법 제13조3항은 선거관리를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하급 선관위에 업무 대행을 지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공직선거법 제정 이래 단 한번의 예외 없이 모든 선거에서 대행사무는 하급 위원회로 떠넘겨져 왔는데, 어떻게 매번 선거에서 그 '예외성'이 인정된 것이냐"고 했다.
지방공무원들의 불만은 중요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의 휴직자가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더 커지고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휴직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휴직자는 133명이다. 과거에도 21대 총선이 있던 2020년 2월에는 휴직자가 134명,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던 2022년에는 2월 말 기준 휴직자가 204명에 달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휴직 자제 안내'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휴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타 시·도 전보조치'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달 김대웅 선관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휴직 제도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선거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까지 지장을 줄 정도로 휴직 풍토가 만연한 것은 기관 운영의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