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가보니…金 투자 열풍에 품귀현상
“금이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팔면 마이너스죠. 수급이 원활해지면 다시 팔 거예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의 한 금은방에서 만난 판매원은 골드바 시세를 묻자 "금이 동나서 주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골드바 구입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었고, 진열대에는 골드바 7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금 투자 열풍 속 골드바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대표적 금 도소매 거래 현장인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도 '금이 씨가 말랐다'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드바를 판매하는 남현모씨는 "고객에게 판 만큼 공급이 돼야 하는데 회사든 개인이든 파는 사람이 없어 골드바를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며 "많은 양의 금이 프리미엄이 붙은 KRX 금 현물 시장으로 들어가 있어 종로 도매 쪽에는 실물 금이 유통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에 계약된 물량을 넘어 추가 주문은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인들, 위탁상품 중개 주력…금값, 부르는 게 값
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고객이 올린 위탁상품을 중개하는 데 주력한다는 상인들도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금값은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금은방 판매원 서민재씨는 "가게 측에서 한국금거래소에서 주문해 둔 금도 대기가 걸려 새 상품 주문은 안 받고 있다"면서도 "위탁상품만 즉시 구매할 수 있다. 정가보다도 비싸지만 워낙 골드바를 구하기 힘드니 사 가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위탁 골드바 10돈짜리(37.5g)는 낮 12시 기준 650만원이었다.
손님들 빈손 발길 돌려…금반지 수요는 시들
귀금속 거리에선 골드바를 사러 왔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김모씨는 "장기 투자할 생각으로 이번 주 골드바 10돈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살 수 없었다"고 했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유튜브와 온라인상에서는 젊은 층 사이에서 금투자 방법 관련 게시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박모씨는 "친구가 콩알금을 조그만 병에 모아두고 있다고 해서 나도 알아보려고 나왔다"며 "콩알금도 한 돈에 59만원씩 하고 구하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럴 바엔 차라리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골드바는 수요 폭발로 동난 지 한참 됐지만 전통적 금반지 수요는 시들한 편이다. 금은방 직원은 "금 한 돈 가격이 60만원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반 돈짜리 돌반지가 주된 선택지가 된 지 오래지만 그마저도 별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금값이 오르고 있다"며 "달러 가치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금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차르포
- "金 씨가 말랐어요"…가질 수 없는 너, '골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