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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돈 있고 많이 배운 노인들이 온다

시니어타운 근처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 조용준 기자.
시니어타운 근처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 조용준 기자.

[내집을 시니어하우스로]③늘어나는 중산층 노인, '유료돌봄' 확대해야
'돈 있는 2차 부머' 新노년층 진입
2030년부터 1964~1974년생 노령층 진입
50대 때 연소득 7120만원
저축, 국민연금 들고 소비여력 커

중산층 노인 '보편적 돌봄' 확산 필요
"경제력 따라 지불 지용 차등화해야"

일본도 10년 전부터 유료서비스 시작
▲지난해 12월 6일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에서 한의원 원장이 노인단독 세대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방문재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소자 할머니가 6일 대전 대덕구 자택에서 남편을 돌보며 생활하고 있다.
29일 광주광역시 북구 한 주공아파트에서 안영일(89)씨가 의료진에게 장기요양 재택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앞으로 늙은이들이 더 많아질 텐데, 밥 먹이고 병원비 내주고 나라에서 감당을 못해. 내가 공짜로 다 누리면 내 자식, 손주 등골 빠지게 허는 거잖아. 그 애들 세금으로 다 내야 헌단 말이지. 형편 되면 내 돈 내고 당당하게 받아야지." (방문의료 서비스를 1회 3만5000원씩 내고 이용하는 차철우 할아버지(76), 대전 대덕구 거주)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과 교육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돈 있고, 많이 배운' 노인들이 초고령화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미다.


돈 있는 2차 베이비부머, 2030년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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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들의 소득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3년 노인의 연간 가구소득은 3469만원이었다. 처음 조사를 실시했던 2008년(1688만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뛰었다. 직전 조사인 2020년(3027만원)과 비해서도 400만원 이상 많아졌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전문대 이상 졸업한 노인은 2020년 5.9%에서 2023년 7.0%로 증가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한 비중도 같은 기간 28.4%에서 31.2%로 올랐다.


돈 있고 배운 노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2030년부터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때부터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노령층에 포함되기 시작한다. 2차 베이비부머는 954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나고야시의 ‘소규모다기능홈’에서 오노 가즈나이 할아버지(90)가 신문을 읽고 있다. 할아버지는 집에 살면서 각종 비용을 내고 이곳을 찾는다. 사진=박유진 기자(나고야)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나고야시의 ‘소규모다기능홈’에서 오노 가즈나이 할아버지(90)가 신문을 읽고 있다. 할아버지는 집에 살면서 각종 비용을 내고 이곳을 찾는다. 사진=박유진 기자(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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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내놓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보면 2차 베이비부머의 경제력은 1차 베이비부머를 상당히 앞선다. 1차 베이비부머가 50대일 때 평균 연 소득은 5564만원이었다. 반면 2차 베이비부머가 50대일 때는 7120만원에 달했다.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2차 베이비부머는 저축과 국민연금 납부 규모까지 높아서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있는 노인들이 늘어나면 집에서 계속 살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노인 돌봄 지원은 위중한 병이 있거나, 치매에 걸려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거나, 저소득층인 경우에 집중됐다. 오히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돌봄 정책에서 소외돼 자녀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집을 떠나 시설로 가는 형편이었다. 중산층 노인들도 집에서 살도록 하려면 ‘보편적 돌봄’을 확산하고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비용을 매기는 게 필수적이다.


믿을 만한 돌봄 서비스, 연결만 해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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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국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는 중이다. 지자체는 '노인들과 돌봄서비스 간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진선 광주 북구 통합돌봄팀장은 "중산층 어르신들은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를 하나 달거나, 방문진료를 받고 싶어도 알아볼 곳이 마땅치 않다"며 "설사 누군가가 집으로 와준다 해도 서비스 질은 괜찮은지, 가격은 적당한지 못 미덥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시군구청이 어르신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이나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놓고 연결만 해줘도 노인들이 집에서 계속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광주 북구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제력에 따라 내는 금액이 다르다. 방문의료의 경우 차상위층은 전체 비용의 5%, 기초연금 수급자는 10%, 그 외는 30%를 낸다. 1회 진료비가 약 13만원이라 각각 6500원, 1만3000원, 3만9000원 정도를 지불한다.


방문맞춤운동(1회 5만원), 방문목욕(1회 8만4000원), 집안 대청소(연 1회·60만원 이내) 서비스도 있다. 차상위층과 기초연금 수급자에게는 무료지만 경제적 여력이 있는 노인은 전액을 내야 한다. 이 팀장은 "공짜면 너도나도 신청하기 때문에 유료화를 해야 실수요자 어르신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며 "돌봄 서비스 예산과 공급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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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년 전부터 돈 받기 시작
▲지난해 11월 도요아케시에 거주중인 와타나베 사치코(90) 할머니가 ‘챳토 서비스’(250엔에 30분간 노인을 돕는 서비스) 도우미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요아케시에 거주중인 와타나베 사치코(90) 할머니가 ‘챳토 서비스’(250엔에 30분간 노인을 돕는 서비스) 도우미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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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노인 돌봄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노인이 급증하면서 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게 어려워졌고, 돌봄 인력까지 부족해지면서 내린 조치다. 과거에는 노인들이 개호(요양)서비스를 이용할 때 경제력에 상관없이 비용 전체의 10%만 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2015년 8월부터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졌다. 연금을 포함해 연 소득이 340만엔(약 3150만원) 이상이면 30%, 280만엔(약 2600만원) 이상이면 20%, 그 미만이면 10%씩 돈을 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노년층은 경제력이 뛰어난데 이들이 자산을 현금화해서 집에서 돌봄서비스를 받는 데 지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장기요양보험 재원이 곧 고갈될 처지라, 서비스에 대한 본인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신 노년층의 서비스 수요가 다양해지는 만큼 의료, 식사, 집안일 같은 돌봄을 표준화해 민간 영역에서 이 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이 필요한 만큼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집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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