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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혜연의 AHA

"AI 아바타와 공존하는 에스파, 그 자체가 혁신"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나날이 발전하는 생성형 AI가 예술창작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람'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공학자와 예술인의 관점에서 고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월 한 차례씩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가 예술창작인과 대담하거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코너 제목에 들어가는 'AHA'는 'AI, Human & Art'를 뜻합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누구보다 뜨겁게 탐구하는 김대식 교수, 생성형 AI와 무용을 과감하게 접목시키고 있는 김혜연 안무가를 통해 AI와 사람, 그리고 예술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최고관리책임자(CAO)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최고관리책임자(C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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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최고관리책임자(CAO)는 2005년 SM엔터에 입사한 뒤 프로듀싱본부장(2015년), SM USA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20년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공동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그는 현재 SM엔터의 CAO이자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KMR의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SM엔터 그룹의 핵심 콘텐츠인 음악 부문을 이끌고 있다. 한류 및 K-POP(케이팝)의 글로벌 확산을 지난 20년 동안 온몸으로 경험한 그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는 또 하나의 도전이자 혁신과제이며 거대한 스토리텔링의 도구이다.






문화로 변화·성장 이끌어낸다는 믿음… 지금의 SM 만들어
SM엔터가 지금에 이르게 된 원동력은 뭘까요.
제가 SM엔터에 입사했을 당시 회사의 규모는 지금의 5분의 1 수준이었지만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상장된 기업이었습니다. 당시 동방신기와 보아 같은 아티스트들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며 성과를 내고 있었고, 이런 성장을 지속한다면 회사가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SM엔터는 이미 콘텐츠 기반의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을 신뢰하며 문화의 힘을 믿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었습니다.
제가 입사했던 시기를 돌아보면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나 국가적 인지도가 지금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해외 음악 박람회나 콘서트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을 정도였죠. SM엔터는 기존의 기업들과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경제가 문화의 성장을 이끄는 순서를 따르기보다는 문화를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이죠. 이러한 철학이 SM의 현재를 만들어낸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K-팝, 나아가 K-컬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우리 문화와 문화산업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배경에는 언어와 문자 체계의 독창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봐요. 전 세계적으로 문자의 기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기원한 문자들, 둘째 중국의 갑골문자에서 기원한 문자들, 그리고 셋째는 세종대왕에 의해 창제된 한글입니다.
특히 한글은 기존 문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제된 문자로, 한국의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상징합니다. 이는 단순히 언어 전달의 도구를 넘어 한국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노엄 촘스키 같은 학자의 이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문자 체계와 이를 발전시킨 역사는 한국이 단순한 국가를 넘어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공동체임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K-팝과 K-컬처가 그저 운이 좋아 탄생한 것은 아니죠. 오히려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토양이 그 밑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성수(맨 왼쪽) SM엔터테인먼트 최고관리책임자(CAO)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김대식(가운데)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맨 오른쪽) 안무가와 대담하고 있다.

이성수(맨 왼쪽) SM엔터테인먼트 최고관리책임자(CAO)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김대식(가운데) 카이스트 교수, 김혜연(맨 오른쪽) 안무가와 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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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음악'의 시대 온다… 과학적으로 음악 제작
얘기를 조금 더 좁혀보죠. 재능과 끼를 가진 아티스트들은 세계 도처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이 지금처럼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히 ‘4대 K-팝 기업’의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이 기업들을 설립한 창립자들은 대부분 프로듀서 출신이며 그중 세 분은 가수로 활동한 경험도 있습니다. K-팝은 단순한 음악 제작이 아니라 종합적인 ‘프로듀싱’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휴대폰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결합되는 것처럼, K-팝은 여러 창의적 요소와 프로세스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뛰어난 프로듀서들이 기획과 창작을 이끌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산업의 수준을 높였고, 이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결국 K-팝의 성공은 단순히 인재의 문제를 넘어 이 인재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의 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프로듀싱 문화는 K-팝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낸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M엔터는 처음부터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을 중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을 텐데, ‘Culture Technology’를 핵심 코드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SM엔터 ‘Culture Technology’의 철학은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비전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수만 전 총괄은 잘 알려진 대로 컴퓨터와 로봇언어를 전공했고 미국 유학 시절 MTV를 보면서 ‘앞으로는 이처럼 보는 음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통찰을 바탕으로 음악과 콘텐츠 제작에 더욱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음악’이란 단순히 감각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이 음악이 왜 좋은가’라는 질문에 데이터와 분석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법이었습니다. 이런 과학적 접근 덕분에 음악 제작이 촉이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재현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또한 K-팝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언어적 장벽이 있는 상황에서도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같은 시각적 콘텐츠를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어릴 적 영어를 잘 몰라도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SM엔터는 이런 전략을 택했고 여전히 발전과정에 있지만 이런 점이 K-팝의 속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거죠. 결국 SM엔터가 추구한 ‘Culture Technology’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에 의한 음악, 시각, 기술이 융합된 집약체로 K-팝의 기반을 다졌으며 현재까지도 이 철학은 계속해서 발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 데뷔… 일종의 프리퀄 스토리
SM엔터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더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Nævis)’가 그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나이비스는 단독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파(Aespa)라는 걸그룹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어요. 에스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에스파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서사 구조를 통해 SM의 ‘SMCU(SM Culture Universe)’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룹입니다. 에스파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 멤버들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가상 자아) 멤버들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위치한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어요.
이 그룹의 정체성은 혁신적입니다. 4명의 현실 멤버들과 ‘ae’라 불리는 4명의 아바타가 한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며, 이들을 서포트하는 신비로운 존재와의 서사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AI) 기반의 가상 자아가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며 공존하는 관계를 탐구합니다. 아바타 ‘æ’는 인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 자아로,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디지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입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공간인 ‘KWANGYA(광야)’ 속 ‘FLAT(플랫)’에 거주하며, 팬들을 베스트프렌드라는 뜻의 ‘MY(마이)’로 부르며 소통하죠.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이비스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조력자로, æ와 에스파 멤버 간의 상호작용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비스는 가상의 디지털 공간인 플랫과 현실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합니다.
에스파의 세계관에는 ‘SYNK(싱크)’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현실 멤버와 아바타가 서로 연결된 상태를 말합니다. 싱크가 점차 발전하면 ‘REKALL(리콜)’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바타가 현실 세계로 나오게 됩니다. 에스파의 스토리라인은 2020년 데뷔와 함께 시작되어 지난 4년간 여러 음악과 비디오 콘텐츠를 통해 확장되어 왔습니다.
최근 나이비스가 독립적인 아이돌로 데뷔한 것은 일종의 프리퀄(Prequel) 스토리입니다. 에스파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광야라는 디지털 공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탐구하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SM엔터는 인터넷 연결 초기 시절의 가정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노드로 작동하며 그 속에서 AI가 자생적으로 탄생했다고 설정했습니다.
이 가상 세계의 근본적인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공간이 바로 광야이며, 여기에서 등장한 두 주요 AI가 나이비스와 블랙맘바(Black Mamba)입니다. 에스파와 나이비스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기술과 문화, 그리고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융합적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CAO가 31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CAO가 31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대담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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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공감의 도구
SMCU의 철학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SMCU는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의 개별 서사를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통합한 독창적인 플랫폼입니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다양한 히어로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듯, SMCU 역시 각 아티스트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연결되고 융합됩니다. 특히 에스파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서사를 통해 SMCU 철학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에스파의 세계관은 인간과 AI 기반의 아바타가 서로 소통하며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관계를 탐구합니다. 이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입니다.SM엔터는 이런 스토리를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서 음악을 중심으로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활용합니다.
SM엔터의 음악은 1990년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들어왔고 음악과 가사를 통해 감정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SMCU, 그리고 에스파의 세계관에서 이 음악은 현실 세계의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AI라는 디지털 존재들에게도 인간적인 감각과 정서를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는 음악이 가장 순수하면서도 강력한 공감의 도구라는 SM엔터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SMCU는 단순히 메타버스의 확장을 넘어 기술과 인간의 경험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지향합니다.
SM엔터는 음악, AI, 버추얼 아티스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과 융합된 콘텐츠를 통해 미래 세대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K-팝이 단순히 소비되기만 하는 글로벌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예술 형태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음악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SMCU는 SM엔터가 꿈꾸는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이자, 전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상징합니다.
K-팝이나 K-컬처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을 청소년들에게 지금의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까요.
기술은 단순히 도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함께 삶의 배경음악처럼 스며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닙니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며, 감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죠. 결국 문화와 예술은 자존감과 행복감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목차김대식·김혜연의 AHA

  • "AI 아바타와 공존하는 에스파, 그 자체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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