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4-1부(고법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는 2019년 2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세 사람에게 47개 혐의를 들어 기소한 이후 약 7년 만에 나온 2심 판결이다. 2024년 1월 1심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의 모든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사법부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목적으로 강제징용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고자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있다.
1심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들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고, 직접 공모했는지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법리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형식적·외형적으로는 협조 요청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가로막은 행위,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개입 부분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 성립이 어렵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초래된 점을 고려하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사법농단'이라는 오명이 붙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2017년 처음 제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하던 이탄희 전 의원이 이른바 '법관 사찰' 논란에 반대하며 사직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자체 조사를 벌여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관 사회의 반발은 이어졌다.
이후 2018년 5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는 대법원을 대상으로 한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 고위 법관과 중견 법관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이 되거나 조사를 받는 등 사법부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고위 법관 총 14명이 기소됐다. 이번 2심 판결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5명으로 늘었다.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고법 부장판사)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은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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