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해줄래요" 기억은 사라졌지만, 사랑은 남았다…39년 부부의 '두 번째 청혼'

7년 전 알츠하이머병 진단 받아
요양시설서 다시 시작한 한 부부의 약속

알츠하이머로 39년간의 결혼 생활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70대 남성이 아내에게 다시 청혼해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미국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오라일리(77)와 아내 린다 펠드먼(78)이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한 요양시설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치렀다고 전했다. 이번 결혼식은 오라일리가 지난해 11월 아내에게 다시 청혼하면서 성사됐다.

"나와 결혼해줄래요" 기억은 사라졌지만, 사랑은 남았다…39년 부부의 '두 번째 청혼'

두 사람의 인연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에서 국선 변호사로 일하던 두 사람은 동료로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각자 다른 배우자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모두 이혼했고, 점심을 함께하며 가까워졌다. 결국 1987년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이후 두 사람은 39년간 함께 살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서로 다른 성격을 보완하며 삶을 나눴다. 펠드먼은 자신을 "신경질적인 유대인 여성", 오라일리를 "모험을 즐기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남성"이라고 표현하며 "서로를 다른 방향으로 밀어주며 균형을 맞췄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7년 전 오라일리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면서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한때 메모 한 장 없이 수 시간의 최종 변론을 해내던 그는 점차 기억을 잃었고, 아내의 이름과 관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2년여 전 요양시설 입소를 결정해야 했다. 이런 결정에도 아내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펠드먼은 "남편은 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은 안다"며 "내가 방문할 때마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오라일리는 펠드먼을 끌어안고 "나와 결혼해 달라"며 다시 청혼했다. 펠드먼은 이미 부부라는 사실을 설명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아무 말 없이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 소식을 들은 요양시설 직원들과 가족, 지인들은 두 사람을 위해 작은 결혼식을 준비했다. 꽃과 풍선으로 꾸민 공간에 웨딩 앨범과 케이크가 놓였고, 약 25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펠드먼은 남편이 결혼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오라일리는 온종일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양시설 관계자는 "오라일리는 아내를 볼 때마다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치매를 앓고 있어도 여전히 존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펠드먼은 "이 이야기는 희망의 이야기"라며 "삶에는 수많은 위기가 찾아오지만, 사랑은 가장 어려운 장애물도 견딜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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