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은행권의 연체율이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계대출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연체율도 동반 상승했다. 내수 부진으로 매출은 떨어지는데 고금리로 이자 상환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기업·가계 모두 상환 여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소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 부문과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지방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0%로, 전월 말 기록한 0.58%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8%포인트 높은 것으로, 동월 기준으로는 2018년 11월(0.60%)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25년 5월(0.64%) 이후 최고치다.
11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월(2조9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고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1조9000억원으로 전월(1조3000억원)과 견줘 6000억원 늘었음에도 전체 연체율은 소폭 상승했다. 금감원은 누적된 부실 부담으로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상 분기 말에 연체 채권 정리 확대로 연체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12월)에는 연체율 오름세가 꺾이거나 다소 떨어질 것으로 금감원은 내다봤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동반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 11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4%포인트 오른 0.73%로 집계됐다. 2024년 11월과 견줘 0.13%포인트 오른 수치다.
대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도 저하됐다. 대기업의 연체율은 10월 말 대비 0.02%포인트 오른 0.16%로, 2024년 2월(0.1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고환율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1000억원대 수출 제조기업(111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27.0%는 작년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토로했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조선 경기 호황의 수혜를 입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실적 악화로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같은 달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과 견줘 0.05%포인트 오른 0.89%를 기록했다. 2024년 11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중소법인 연체율은 전달(0.84%)보다 0.05%포인트 오른 0.98%로 1%대에 가까워졌다.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내수 침체의 약한 고리인 중소법인과 자영업자가 내수 부진 장기화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 갚을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가계 대출 연체율 역시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44%로 전월 말(0.42%)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도 0.90%로 전월 말(0.85%) 대비 0.05%포인트 높아졌다.
금감원은 앞으로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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