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언행과 판단에 대해 사과하며, 재정을 통한 성장과 복지 달성을 위한 국정 철학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후 저의 부족함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었다"며 "성숙지 못한 언행 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는 "정책에 대한 집념과 결과로만 증명하겠다는 성과에 매몰돼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잘못된 판단의 자리에 서 있었음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잘못을 즉시 인정하지 못하고 1년이라는 시간을 침묵 속에서 흘려보낸 것, 이 늦은 사과 자체가 또 하나의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평생 쌓아온 재정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기회를 주신다면 과오를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는 이 장관의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이어지다 정회됐다. 2026.1.19 김현민 기자
장관직 수락 배경에 대해 그는 "통합과 협치의 필요성은 늘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며 "지금 거대 여당으로서 세 불리기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나온 통합의 발걸음은 협치의 제도화를 향한 진정성으로 읽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영정치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을 여는 일에는 돌을 맞더라도 동참하겠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치적 입장 변화 논란과 관련해선 "보수 진영에 속해 있을 때도 꾸준히 경제민주화의 목소리를 냈다"며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휠체어 금지법을 발의하며 공격을 받았지만, 국익과 국민을 위한 실용을 선택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재정 운영에 대해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하다 겨우 경기회복세의 기로에 선 이 시점에서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재정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주의와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복은 걷어내고 누수는 막아내는 지출 효율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데이터와 성과 분석에 기반한 재정 운영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똑똑한 재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환율과 높은 체감물가, 인구위기·기후위기·인공지능(AI) 산업기술 대격변·양극화·지역소멸 등 5대 위기를 언급하며 "예산을 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획예산처 출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이를 위해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성장과 복지의 동시 달성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 ▲국민 참여와 투명성을 강화한 열린 재정 실현 등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한 검증을 받겠다"며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국가를 위해 일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비판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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