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공식 깬다…삼성전기, 4분기 '깜짝 실적' 예고

MLCC 호황 힘입어 계절적 비수기 극복
FC-BGA·유리기판 등 패키징 실적 기대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확산 흐름을 타고 전통적인 비수기 공식을 깬 '깜짝 실적'을 예고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반도체 부품 수요부터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까지 아우르는 고부가 중심 전략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날 오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4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예년보다 갑절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2조8405억원, 영업이익 228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0%, 영업이익은 98.5% 증가한 수치다.

비수기 공식 깬다…삼성전기, 4분기 '깜짝 실적' 예고

주력 제품인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가 영업이익의 약 70%를 견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AI 확산에 따라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 공급을 스마트폰에서 AI 서버·완성차 등으로 넓혀왔다. 특히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AI 서버 및 자율주행(ADAS) MLCC에 강점을 보인다. 서버당 MLCC 사용량이 일반 서버 대비 10배에 달하는 만큼 AI 서버용 시장은 다른 분야보다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자율주행 보급으로 차량에 투입되는 전장용 MLCC 양도 크게 증가하면서 시장에선 공급자 우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증권가 전망을 반영하면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11조2527억원, 영업이익 9022억원이 예상된다. MLCC 수요 확대에 힘입어 '1조 클럽'에 깜짝 복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기의 MLCC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은 99%로 사실상 '풀가동' 중이다. 중국 톈진법인에서 전장용 MLCC, 필리핀에선 AI 서버용 MLCC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올해 1분기에는 필리핀 소재 MLCC 양산라인 증설에 착수한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일본 무라타가 앞서지만, AI 서버 등 핵심 시장에선 선두를 다투고 있다는 점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맡은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도 약 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AI 투자 확대에 따라 첨단 FC-BGA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삼성전기는 AMD·애플 등을 주요 기판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북미 빅테크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와 물량 확대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FC-BGA 또한 AI 확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품목이다. 수년 전만 해도 FC-BGA 공급에서 PC향 비중이 과반이었지만, AI 수요 변화로 데이터센터향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달 초 IT·전자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FC-BGA 생산라인이 풀가동될 거란 전망에 대해 "올해 하반기부터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FC-BGA의 성공적인 공급 레퍼런스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유리기판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내년부터 유리기판 양산·공급을 개시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AMD·브로드컴 등에 이미 샘플이 공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드컴과 주문형반도체(ASIC)를 개발 중인 애플도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전장 중심으로 수요 구조가 재편되면서 삼성전기의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며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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