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은 지 넉 달 만에 수도권 중국인들의 부동산 거래량이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은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는 '외국인 큰손'으로 불렸는데, 강력한 규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안산·시흥 등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선 집값 하락이 두드러졌다. 다만 토허구역 규제가 없는 지방에선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소폭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수도권 대부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외국인 소유권이전 등기(매매)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수도권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중국인은 총 3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 시행 직전인 8월(601명) 대비 39.9% 급감한 수치로, 부동산 침체기였던 2023년 2월(304명)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월 395명에서 12월 235명으로 급락했고, 인천 역시 139명에서 7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거래량 하락세를 주도했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줄어든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8월26일부터 발효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23개 시군, 인천 7개구를 묶은 이 규제는 주거용 주택 거래 시 2년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다. 그간 외국인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중국인 밀집 지역의 집값 하락도 부동산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에서 중국인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지난해 6월 기준 3만2359명·중국인 비중 4.83%)와 2위 시흥시(2만5574명·비중 4.59%)는 지난해 아파트값 연간 변동률이 각각 -0.40%, -1.48%를 기록했다. 중국인 인구 4위인 부천시(2만2620명·비중 2.85%) 역시 -0.40%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뿐만 아니라 중국인 밀집 지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매수 심리를 더 깊게 얼어붙게 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중국인들은 특정 지역에 쏠리는 경향이 강한데, 해당 지역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매수 심리가 꺾였다"며 "제도적 방벽과 가격 하락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반면 규제망을 비껴간 지방은 지난해 8월 166명에서 12월 178명으로 7.2% 증가하며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가 일부 확인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제 칼날이 수도권을 정조준하자 외인 자본이 규제가 없는 지방으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내달 10일부터 한층 강화된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을 통해 추가 쐐기를 박는다. 앞으로 외국인은 주택 취득 시 체류자격은 물론 실제 국내에 183일 이상 거주했는지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해외 금융기관명까지 적시해야 하며, 자금 출처 미소명 시 해외 당국에 자금세탁 혐의가 통보될 정도로 감시망이 촘촘해진다. 박 위원은 "자금 출처와 거주 여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추가 규제까지 시행됨에 따라 중국인의 거래 빙하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