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수도권 집중 문제… 생산성 격차가 인구 쏠림 주도"

정부가 수십 년간 균형발전 정책과 신도시 등 건설을 추진했음에도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배경에 지역 간 '생산성 격차'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DI "수도권 집중 문제… 생산성 격차가 인구 쏠림 주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FOCUS 보고서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주거 선호나 인프라 격차 문제가 아닌 도시의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보고서는 도시경제학과 공간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해 2005~2019년 전국 161개 시군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도권의 생산성 우위가 강화되면서 인구 이동을 전국 단위에서 끌어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수도권 도시의 평균 생산성은 전국 평균의 101.4% 수준으로 비수도권(98.7%)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수도권 생산성이 121.7%까지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110.6%에 그쳤다. 15년간 생산성 증가율 역시 수도권이 20.0%로 비수도권(12.1%)보다 8%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생산성 격차 확대가 수도권 인구 비중 상승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쾌적도 측면에서는 비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자연환경이나 생활 여건 등 비경제적 요소를 반영한 쾌적도는 분석 기간 내내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높았고 그 격차도 오히려 확대됐다. 다만 쾌적도의 개선만으로는 수도권의 생산성 우위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구가 실제로 이동하는 결정적 유인은 임금과 일자리로 대표되는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인구수용비용에서도 수도권의 구조적 강점이 확인됐다. 수도권은 촘촘한 대중교통망과 집적된 인프라 덕분에 인구가 늘어나도 추가 혼잡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5년 기준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전국 평균의 62.0%로, 비수도권(134.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비수도권에서도 혁신도시와 세종시 조성으로 인구수용비용이 일부 낮아졌지만, 수도권과의 격차를 근본적으로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KDI는 이들 요인이 수도권 인구 비중 변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요인별로 분해했다. 분석 결과 2005년 47.4%였던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19년 49.8%로 상승한 데에는 생산성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만약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생산성만 2005~2019년의 변화를 반영했다면 수도권 비중은 62.1%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쾌적도와 인구수용비용 변화가 일부 완충 역할을 하면서 실제 상승 폭은 2.4%포인트에 그쳤다.


특히 보고서는 2010년대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쇠퇴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거제·구미·여수·군산 등 주요 산업도시의 생산성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만약 이들 산업도시의 생산성이 2010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2%로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도시 생산성이 전국 평균 수준으로 증가했다면 수도권 비중은 43.3%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정부가 추진해온 혁신도시·세종시 정책에 대해서는 '인구수용력은 높였지만 생산성 제고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종시는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교통·주거 인프라는 크게 개선됐지만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그 결과 인구 증가도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40만명 수준에서 정체됐다. 보고서는 "인프라 투자만으로는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이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DI는 정책 시사점으로 균형발전 전략의 전환을 주문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비수도권 도시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인재 유치, 선별적 산업정책을 통한 집적 효과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 확대를 일정 부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모든 지역을 균등하게 살리려 하기보다 소수의 비수도권 대도시와 산업도시에 자원을 집중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균형발전의 목표가 인구의 완전한 분산이 아니라 국민경제 후생의 극대화라면 공간정책 역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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