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장시찰 현장에서 내각 간부들의 무책임성·보신주의를 질타하며 사업을 담당한 부총리를 해임했다. 내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각에 대한 기강잡기에 나선 한편, 향후 있을 인적쇄신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함경남도 함흥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현대화 준공식에서 연설을 통해 "기계공업 부문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양승호)는 지금의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는 이 부총리 대신 새 정부 구성 때 다른 사람을 등용할 것을 총리 동무(박태성)에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사업이 지연된 배경에 대해 공개했다. 해당 사업이 '마구잡이식', '눈속임식'으로 진행되면서 당 중앙위원회가 군수공업 부문의 전문가들을 투입, 상황을 검토한 결과 바로잡을 문제가 60여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내각 간부들이 비판을 받고도 책임을 군수공업 부문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부총리 동무는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부총리 동무를 해임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 부총리를 두고 "반당(反黨)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바르지 못한 언동으로 당 중앙을 우롱하려 들었다"고 비난했다. 양승호를 두고 "염소에게 달구지를 메워놓았던 것과 같은 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각 부총리로서 지난 5년여간 기계공업 분야를 담당해 온 양승호는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린 고위 관료다. 이런 양승호를 현장에서 비판과 함께 해임한 것은 내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문책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비판되었지만 전 내각총리(김덕훈)는 물론이고 룡성기계연합기업소 개건 현대화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태공하고 구경꾼 노릇만 해온 정책지도 부문의 책임간부들도 마땅히 가책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군들 속에 뿌리 깊은 극심한 무책임성, 보신주의와 건달풍을 결정적으로 적출해야 한다"면서 "단결정 집행에 투신한다고 생색을 내면서 실은 자기 안위와 보신에 신경을 쓰고 현실도피와 근시안적인 태도를 털어버리지 못하는 현상들에 과녁을 정하고 사상 교양, 사상 공세를 들이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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