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productive finance)의 목표는 경제 성장과 기술의 인프라 건설을 창조하는 자금 운용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중앙은행이 2020년에 시작한 생산적 금융 정책이다. 그 추진 내용을 보면 장기적인 투자와 벤처 투자, 모험자본 투입, 펀드 형성, 기계설비 확충을 구체적인 전략으로 제시하고 영국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적 금융의 출발점은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한 은행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감정가가 공시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은 은행 이외의 다른 금융기관에 맡겨도 충분히 수행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40년 잠재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이 한정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분배는 은행 자금을 생산적인 실물경제에 사용하도록 국가적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보다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모험적인 자본에 투자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작업이다.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대기업이 세계적 선도기업을 인수합병하고 모방하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이 사족보행 하는 로봇을 개발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에 인수하거나,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를 인수한 사례 등이다. 최근 삼성전자 는 독일 기업에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구입,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은 임진왜란 당시 수단을 다해 조총을 수입했더라면 전쟁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역사적인 후회와도 맥이 통한다.
둘째, 한국 같은 중진국에선 자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자금 집합 펀드로 기술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자금을 은행과 자본시장에서 만들어 모태펀드(Fund of Funds)와 자펀드를 묶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최근 정부가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키고 올해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생산적 금융은 민간은행, 정부, 펀드 등이 합작 펀드를 구성해 상호 협력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가 성장에 중요한 기술 보유기업, 기술사업화 기업에 투자하되 장기적인 공장 건설에 집중한다.
모태펀드와 자펀드를 구성해 이룬 펀드 시스템은 분산투자,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치는 만큼 리스크가 적고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국가성장펀드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심사 능력에 집중된다.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심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우수한 심사능력자를 채용해야 한다.
셋째, 포용금융, 부동산금융, 중소벤처, 스타트업 지원은 생산적 금융이 아니다.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맡겨 해당 기관의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분야에서 하나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생산적 금융은 과학과 기술에 집중해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금융이다. 이런 금융은 새로운 품질의 제품 생산을 증대시키고 국가의 산업 구조를 선진형, 고 기술형으로 상승시킬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이건희 한국신용카드학회 이사(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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