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오전엔 제명 수용·오후엔 탈당…의총 부담됐나

자진 탈당 없이는 의원총회 거쳐야

공천헌금 등 각종 의혹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을 수용한다고 발표하고, 오후에는 탈당계를 제출했다. 자진 탈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김 의원이 입장을 바꾼 것은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수사 관련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데 따른 정치적·사법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오후 1시35분께 중앙당 사무총장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후 중앙당은 정식 접수 주체인 서울시당에 김 의원의 탈당계를 이첩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후 "저는 아직 윤리심판원의 결정문을 통보받지 않았지만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떠나겠다"며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당시 "제명당하더라도 스스로 당 떠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 입장은 지금도 같다"며 "(윤리심판원) 재심을 신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명한다면 최고위 결정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결정 등 그간의 심경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사과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징계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빍혔다. 2026.1.19 김현민 기자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결정 등 그간의 심경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사과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징계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빍혔다. 2026.1.19 김현민 기자

그러나 김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돌연 탈당계를 제출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을 수용하면서도 의원총회를 열지 말아 달라고 해 절차적 혼선을 빚고 있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현역의원의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올라온 제명 처분을 확정하려면 최고위 보고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윤리심판원 처분 이후에는 당 대표가 비상징계권을 행사하더라도 의원총회 표결이 불가피하다.


의원총회가 불가피한 점이 김 의원에게 정치적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 전 원내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김 의원의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접촉했다"며 "그 과정에서 자진 탈당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든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에 부담을 주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고 자진 탈당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이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진 탈당 수순을 밟는 것이다. 본인에게 뜻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형사 절차상 불리함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증거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의원총회가 열리면 부득이 경찰에 수사받는 내용을 언급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때도 "저는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그 관계로 오늘은 회견 이후 별도 질의응답 갖지 못한다는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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