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과거 정치권 전반에 걸친 공천 헌금 실태를 지적하며 "어찌 지금 수사받는 김병기, 강선우만의 일이겠느냐"며 구조적 병폐를 비판했다.
18일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영호남 지역, 각 당의 강세 지역은 지금도 뒷거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그 두 사람은 아마 재수 없게 걸렸다고 억울해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아시아경제
이어 그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경험을 언급하며, "TK 지역 중진 의원이 재공천을 조건으로 15억 원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알겠다고 한 뒤 곧바로 공심위에 보고했고, 해당 인사는 컷오프 후 신인에게 공천을 줬다"고 회고했다.
또한, 2006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서울시 간부 출신 인사가 동대문구청장 공천을 요청하며 10억 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광역의원은 1억 원, 기초의원은 5000만 원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김경 시의원 사례를 보니 공천 헌금은 오르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태에 대해 홍 전 시장은 "지방선거 때 공천 장사로 정치자금과 총선 비용을 마련하는 국회의원들이 여야에 부지기수로 있다"며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전속된 지금의 구조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날 야당은 공공연히 공천 헌금을 받아 당의 선거자금으로 쓰기도 했으며, 개인의 공천 헌금 수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특가법상 뇌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11일과 15일에 이어 세 번째 출석이다. 경찰에 출석한 김 시의원은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 결과를 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1억원의 전달·반환 과정과 공천 대가성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앞서 김 시의원은 미국에서 체류하던 당시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2022년 한 카페에서 강 의원에게 직접 1억원을 줬고 수개월 뒤 돌려받았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의 해당 진술은 강 의원의 해명과 배치된다. 강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천을 약속받고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오후 강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이던 남모 씨도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남 씨는 김 시의원과 강 의원 만남에 동행했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새 1억원이 오갔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날 남 씨에 대해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공천 헌금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남 씨 주장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오는 20일에는 강 의원의 첫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강 의원과 김 시의원, 남 씨의 진술 향방에 따라 대질 조사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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