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개발 초기에 있는 15~29세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그 이후 생애 전체적으로도 고용 안정성이 약화하고 소득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으나, 3년으로 늘면 56.2%로 낮아졌다.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나는 경우 현재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세대는 어느 시대나 경제활동 진입기라는 특성상 축적된 자산과 경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타 연령층과 비교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초기 구직 과정과 주거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과거보다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청년세대 고용 여건은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 등 거시통계로만 보면 2010년대 초중반 이후 대체로 나아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구직 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어려움이 내재해 있다. 이 차장은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고용 경직성 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했다"며 "2차 노동시장인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청년층이 1차 노동시장인 대기업에 구직하며 취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기업도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채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라고 짚었다.
구조적 요인에 더해 최근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도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차장은 "구직 기간이 장기화하는 동안 청년층은 소모적인 스펙 경쟁에 매몰되기 쉽고, 불가피하게 임시·일용직으로 진입하기도 한다"며 "종국에는 '쉬었음' 상태로 빠져 노동시장을 장기적으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져 생애 전체적으로도 고용 안정성이 약화하고 소득이 감소하는 '상흔효과'는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 또는 '잃어버린 세대'의 사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고실업·저임금·고용불안의 삼중고 속에서 잦은 이직을 반복하며 사내교육을 통한 역량 축적의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이근태·이지선(2017)에 따르면 이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던 당시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1991년 81.3%에서 2003년 55% 수준까지 급락했고, 15~24세 비정규직 비중은 1990년 20.5%에서 2005년 47.7%까지 상승했다. 현재 중년층이 된 이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 높은 비정규직 비중에 시달리는 등 사회 진입기 고용 충격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청년세대는 과거에 비해 높은 주거비 부담에도 직면했다. 학업·취업을 계기로 독립이 늘어나면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이 같은 가구 분화에 따른 소형가구 확산과는 달리,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수익성 저하와 코로나19 이후 원가 상승 등으로 충분히 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차장은 "이런 수급 불일치로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시원 등 청년층의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이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면적(14㎡) 이하 비중도 상승 전환하는 등 주거의 질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청년층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이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 재무 건전성 등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이 차장은 "분석 결과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면 인적자본의 축적이 저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주거비 부담은 청년층의 부채를 크게 늘리는 요인이기도 했다. 전체 연령 대비 청년층의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뛰었다. 이 차장은 "이런 부채 증가는 이들의 소비 여력을 줄일 뿐 아니라 교육이나 직업 등 미래 투자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용 측면에서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주거 측면에서는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이 차장은 "당장은 청년층의 일 경험 지원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이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최소한의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한 단기적 금융지원 강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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