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는 코스피가 4800선마저 돌파하며 '오천피' 달성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풍부한 증시 대기 자금과 지정학적 위기 완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면서도 아직 버블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6일 0.90% 오른 4840.74에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을 새로 썼다. 코스피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한 건 지난해 9월2~16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4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코스피 강세의 요인 중 하나로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실적 전망치 상승이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완만하게 상승한 반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적 전망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증권사들이 빠른 속도로 전망치를 높인다는 뜻이다.
순환매 장세도 주 요인이다. 연초 지수를 견인했던 반도체가 주춤해도 피지컬 인공지능(AI), 방위산업주 등 바통을 이어받는 주자들이 등장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월초 실적 상승 기대감을 바탕으로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업종은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으나 자동차, 방산, 조선 등 다른 업종들이 크게 상승하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증시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8일 92조85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 13일 기준 28조6500억원으로 집계되며 새 기록을 세웠다.
물론 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과 함께 소화해야 할 매물도 많이 쌓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에는 실적 성장 기대가 일부 반영돼 있다"며 "4분기 실적 발표 기간 중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최근 코스피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가격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슈에 따른 증시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주엔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11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일본은행(BOJ) 금리결정회의 등 굵직한 증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다만 증권가는 코스피 거품론에 대해 당장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주도주들의 실적 상향 모멘텀이 여전한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개정 논의도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증권 업종의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실적 전망 상향 조정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므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며 1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4600~5000선으로 제시했다. 서한백 iM증권 연구원 역시 "지수 레벨이 부담스러워 보이기는 하나 아직 업사이드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코스피가 4600~5200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현재 코스피 흐름이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코스피 5000은 1월 말이면 도달이 가능하다"며 "다만 당시 주가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2분기엔 급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코스피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986년 8월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같은 해 10월까지 -17.6%에 이르는 조정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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