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싱크탱크 HMG 경영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시장 경쟁과 외부 정책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복합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관세 대응을 위한 현지 생산 확대가 반드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에 완성차 업체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6일 양진수 HMG 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 세미나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단순한 내부 경쟁을 넘어 관세와 규제 등 외부 리스크가 더해진 구조적 복합위기로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기적인 이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까지 키우는 근본적인 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실장은 구체적인 위기 요인으로 중국 업체 급부상과 미래차 투자 부담과 같은 시장 내부의 경쟁 압박에 더해, 관세와 연비 규제 등 외부 정책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은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도요타는 2026년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 감소액을 약 1조4000억엔으로 추산했으며, 폭스바겐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4~5% 수준으로 기존보다 1.5%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이른바 '이중 투자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는 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 확대와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반면, 미국 외 지역에서는 기존 수출 공급망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과 추가적인 시장 활성화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실장은 "완성차 업체가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라 현지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영진의 의지 등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복합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16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올해 권역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 동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으로 성장의 축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수요를 이끌었던 중국 시장 성장률이 7%대에서 0.5%로 급락이 예상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신흥시장 의존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올해 주요 지역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미국(-2.3%)과 중국(0.5%)은 둔화되는 반면 인도(5.6%)와 아세안(3.8%)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서유럽(1.5%)도 완만한 성장을 예상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강화와 기저효과에 힘입어 전년대비 7.8% 성장한 2434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과 일부 지방정부의 보조금 재원 부족 등이 겹치며 전년 대비 0.5% 증가한 2447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양 실장은 "올해부터는 중국 정부의 과잉 생산 억제 기조와 가격 경쟁 완화 방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와 아세안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시장은 상품·서비스세(GST) 제도 개편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으로 올해 5.6% 증가한 482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 실장은 "세율 인하 효과로 소형차 판매 모멘텀이 강화되고, SUV 중심의 신차 출시 확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 시장도 올해 3.8% 증가한 319만대로, 지난해 0.1% 감소에서 4년 만에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 실장은 "중국 업체들의 현지 투자 확대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맞물리며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HMG 경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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