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주요 문화유산에서 비유럽 방문객에게 더 높은 입장료를 부과하면서 문화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재원 확보라는 명분과 달리 대륙을 기준으로 한 요금 차등이 차별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해외 유료화 사례가 국내에서도 정책 근거로 자주 언급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료화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단순 비교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브르 박물관 외부 전경. AP연합뉴스 제공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14일부터 비유럽 출신 성인 방문객의 입장료를 기존 22유로(3만7568원)에서 32유로(5만4645원)로 45% 인상했다. 이른바 '이중 가격제'를 둘러싸고 인종·국가 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브르는 유럽연합(EU)·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를 제외한 지역의 방문객에게 인상된 요금을 적용한다. 프랑스 정부는 추가 수입을 국가 유산 보존과 복원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유적지도 비유럽 요금 인상에 동참했다. 베르사유 궁전은 성수기(4~10월) 35유로, 비수기 25유로로 각각 유럽 방문객보다 3유로 높게 책정했다. 루아르 고성지대의 샹보르성과 파리 생트샤펠도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논란도 만만치 않다. 루브르 박물관 노동조합은 이번 조치를 "철학적·사회적·인도적 차원에서 충격적인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파업을 촉구했다. 국적 확인 과정에서 행정 혼선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차등 가격제의 기준과 목적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외국인 요금 차등 사례는 있었지만 유럽과 비유럽을 구분한 방식은 이례적"이라며 "대륙을 기준으로 한 가격 차이는 바람직한 방식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은 내·외국인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며 "외국인 방문객이 가져오는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영찬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도 "이중 가격제는 통상 후진국에서 활용되는 방식인데 프랑스는 이를 도입하면서도 폭이 과도하다"며 "문화 선진국을 자부해 온 프랑스의 위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 논의에 대해 "유료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지시나 여론에 휩쓸릴 문제가 아니라 박물관을 대하는 국가적 철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료화를 전제로 한다면 박물관의 법적·행정적 성격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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