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 옵션' 압박에 이란 "핵 협상 가능성" 언급

이란 개입시 미군 기지 공격 발언 이란
트럼프 군사 옵션 발언에 수위 조절
백악관 "외교 최우선 공습도 옵션"

미국의 개입 시 이란 전역의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던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시위 사태를 계기로 군사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하자, 긴장 완화를 염두엔 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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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위협 없다면 협상하겠다…중동특사와도 소통 중 강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아랍권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협이나 명령이 없다면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미국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준비된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11일)까지만 해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미국이 이란에 개입할 경우 이 지역 전역의 미군기지, 함선, 병력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것과 비교하면 한층 누그러진 태도다. 이란의 이 같은 톤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군사개입 여지를 입에 올리면서도 이란이 협상하길 원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닌, 강경 발언 후 미국의 반응을 살핀 뒤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장관은 또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시위 전후로 소통을 이어왔다며, 윗코프 특사와 직접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고려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여럿"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몇 가지 방안을 논의했으며 현재 검토 중"이라며 "미국이 제안한 구상과 우리나라에 대한 위협은 양립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간의 전쟁 이후 대화에 복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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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보조 맞춘 백악관, 외교 최우선이지만 군사 옵션도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도 이란 시위 수습을 위해 군사적 행동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즉석 질의응답을 하며 이란 상황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는 데 능숙하다"며 "공습 역시 최고 군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이며, 외교는 항상 대통령의 첫 번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사 옵션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이란은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 시사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제 검토 대상임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으며 13일 고위 참모들을 만나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선택지로는 이란 정권의 핵심 시설에 대한 군사 타격, 사이버 공격, 신규 제재 승인, 반정부 성향 온라인 계정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J.D. 밴스 부통령 등 일부 고위 참모진은 이란과의 외교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군사 행동이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정부 시위의 배후'라는 이란 정권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과 트럼프 행정부에 사적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꽤 다르다'고 어젯밤 여러분(취재진)에게 말했다"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대해 강도 높은 공개 비판 발언을 하더라도 물밑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을 위한 접촉을 이어왔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레빗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 진압을 이유로 군용 전파 방해(jamming) 장비까지 동원해 스타링크 접속을 막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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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사망자 600명 넘어…인권 피해 확산

시위 16일째인 이날까지 시위대만 최소 600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11일까지 시위대 505명, 군인 및 보안 요원 113명, 행인 7명을 포함해 총 646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으며, 추가로 579건의 사망 신고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은 시위로 인한 공식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유혈 사태의 원인을 미국의 개입과 이스라엘 및 미국이 지원하는 테러리스트 소행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란 국영 언론은 보안군 사망자 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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