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소]스웨덴 측정 전문기업은 어떻게 피지컬 AI를 만들었나

(20)50년 전통 스웨덴 기업 헥사곤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이온' 출시
정밀 측정 분야 전문성 적극 활용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스웨덴 기업 헥사곤(Hexagon)이 만든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이온(AEON)'이 25초 만에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며 24시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CES 2026에서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받은 헥사곤의 이온은 다양한 센서와 이를 통한 정교한 손동작으로 사람처럼 공구나 부품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과 차별화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온을 만든 헥사곤은 전통적인 전자 기업이 아니다. 정밀 측정 기술과 센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헥사곤은 제품 설계, 시뮬레이션, 정밀 측정을 아우르는 매뉴팩처링 인텔리전스(Manufacturing Intelligence) 사업뿐 아니라 건설 및 도시 계획을 위한 3D 스캐닝·매핑 기술을 제공하는 지오시스템즈(Geosystems)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무인 자동화 기술 솔루션도 제공한다.

헥사곤이 이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부터다. 헥사곤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로보틱스 전담 사업부를 신설했다. 자신들이 쌓아온 측정·측량 관련 전문 기술을 기반으로 다재다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헥사곤은 실제 산업 현장 등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연결해 운영 및 설계, 유지 보수하는 등 전반적인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특화돼 있다. 헥사곤의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력은 공간을 인식하고 추론하는 이온의 능력으로 연결됐다.


헥사곤(Hexagon)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이온(AEON)의 모습. CES 2026

헥사곤(Hexagon)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이온(AEON)의 모습. CES 2026


아르노 로베르(Arnaud Robert) 헥사곤 로보틱스 사업부 사장은 아시아경제에 "이온을 통해 피지컬 AI를 실질적인 운영 과제 해결에 적용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과 산업 현장의 요구를 연결하고 있다"면서 "이미 자동차, 항공 우주, 물류 분야의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며 상용화에 앞서 실제 생산 환경에 이온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헥사곤은 더욱 정밀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를 위해 독일 정밀부품 기업 셰플러(Schaeffler)와 스위스 항공기 제조사 필라투스(Pilatus)와 시범 사업(pilot project)을 진행했으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맥슨 등과도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헥사곤은 엔비디아의 AI 솔루션과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 애저(Azure) 플랫폼을 활용해 피지컬 AI의 확장성과 실증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맥슨은 이온이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최첨단 부품을 공급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 상용화되면 이를 사용하는 산업 현장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이 지난해 1000만대 미만에서 2050년에는 6억4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헥사곤은 인수·합병(M&A)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뉴팩처링 인텔리전스 부문에서만 23년간 30곳이 넘는 기업을 인수했으며 5만개 이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3700여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사적으로는 170여개에 달하는 기업을 M&A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매년 매출액의 15~20%를 R&D에 투자한다. 2024년 매출은 약 54억 유로(약 9조1500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50개국에 2만48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테슬라, 현대차, 도요타, 보잉, 에어버스,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