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초고성능 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핵심 부품 수출이 동시에 늘어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요가 개인용컴퓨터와 스마트폰 중심에서 인공지능 서버 중심으로 이동하고, 대만 파운드리를 축으로 한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단가 상승과 함께 장비·부품 수출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무역협회의 '2025년 수출입 평가 및 202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 확대는 인공지능 서버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구조 변화와 아시아 지역 생산 거점으로의 수출 집중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올해 1~10월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조립이 집중된 말레이시아가 전년 대비 99.3%, 대만이 81.1%, 베트남이 3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만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도 48.5% 늘었고, 기구부품 수출은 2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은 AI 중심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따라 단가가 상승하면서 크게 증가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다, DDR5와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리며 수출을 견인했다. 실제 D램 8Gb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1.35달러에서 올해 10월 7달러까지 상승했고, 낸드 128Gb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08달러에서 4.35달러로 올랐다.
특히 반도체 수요가 기존의 PC·스마트폰에서 AI 서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에서 2025년까지 글로벌 전방산업별 반도체 매출은 서버 분야에서 780억달러에서 156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지난 2023년 -23.7%에서 올해 17.8%까지 크게 올랐다. 반면 스마트폰은 1040억달러에서 1490억달러로, PC는 890억달러에서 920억달러로 소폭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의 자립도 상승으로 대중 반도체 수출이 감소했으나 말레이시아·대만·베트남 등 대(對) 아시아 주요국 수출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1~10월 말레이시아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99.3%, 대만은 81.1%, 베트남은 35.1%로 집계됐다.
특히 대만에서는 현지에서 GPU를 가공·조립하기 위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의 대(對) 대만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대만의 반도체 수요 증가는 TSMC를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생산 확대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의 AI GPU를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공정 장비, 핵심 기구부품에 대한 수요도 동반 확대되고 있다.
실제 대만에 대한 반도체 품목별 수출은 전년 대비 81.1% 증가했으며, 반도체 장비는 48.5%, 기구부품은 26.5%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HBM이 TSMC의 AI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거 투입되고, 노광·식각·증착 장비 등 공정 장비와 정밀 기구부품 역시 대만 현지 공장으로 수출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대만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장비·부품 수출 증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훈풍으로 국내 장비 기업들의 수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HBM 제조용 장비를 판매하는 한미반도체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7%가 증가했다. 종합 반도체 장비 기업인 원익IPS도 3분기 영업이익이 275억원으로 90%가량 늘었다.
무협은 올해 수출이 단순한 금액 증가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질적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무협은 "축적된 기술력·생산역량이 AI 수요 전환과 부합하면서 단기 특수가 아닌 구조적 경쟁 우위로 전환했다"며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HBM 단가가 D램보다 더 높아서 올해 수출 증가에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AI 붐이 계속되는 한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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