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잠' 공개 이어 "미사일 생산 확대"…북미대화 '核군축협상' 준비하나

북한이 성탄절에 8700t급 핵추진 잠수함(핵잠)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대대적 미사일 생산 확대를 예고했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핵 보유국 지위' 요구와 함께 논의 방향을 '군축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들을 방문해 4분기 미사일 및 포탄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12.26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들을 방문해 4분기 미사일 및 포탄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12.26 연합뉴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 지도하고 "전망적인 국가 미사일 및 포병무력 운용 수요에 맞게 (중략) 총체적인 생산능력을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원자로 탑재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완전한 형태의 핵잠 외형을 깜짝 공개한 데 이어 군비 확대 기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향후 5년의 주요 대내외 정책 노선을 결정할 9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이 공개한 핵잠이 실제 어떤 정도의 성능을 갖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해군 잠수함 손원일함 초대 함장을 역임한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건조공정은 멈춰진 듯하고, 외관상 보여주기에 치중한 모습"이라며 "현존하는 전략핵잠수함(SSBN) 중 가장 저급한 성능의 잠수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장비 탑재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직 북한의 SSBN 전력화가 임박했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해당 핵잠 사진의 촬영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북한이 25일 공개한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공개한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연합뉴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핵 보유국' 지위를 위한 포석 마련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도 핵잠수함을 만들고 포탄 생산을 늘렸다는 점을 암시하며, 미국을 향해 제재가 아닌 '핵 보유국 대 핵 보유국' 간의 협상만이 유일한 길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에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짧은 답변으로 대신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의 무기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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