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보르도 등 고급 와인 시장이 올해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미국 구매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투자자들이 주식과 금 같은 다른 자산을 선호하게 된 영향이다.
와인 거래소 리브엑스(Liv-ex)의 파인 와인 100지수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와인 가격은 2.8% 하락했다. 보르도 와인 가격은 6.6%, 부르고뉴 와인은 4.4%, 빈티지 샴페인은 4.3% 떨어졌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로이터연합뉴스
저스틴 깁스 리브엑스 부의장은 "정말 힘든 한해였다"며 "이전 하락장에선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약세장에서는 모든 것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최근 고급 와인 가격은 2020년 말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상승분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 시간 여유와 소비 여력, 저금리 대출 접근성을 갖춘 구매자들이 몰리며 고급 와인 가격은 2022년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미국 기술주와 금 등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은 와인 등 다른 자산군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면서 와인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리브엑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구매자들의 고급 와인 구매 금액은 약 44% 감소했다.
보르도의 '앙 프리뫼르'(en primeur·병입 전 선구매) 행사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행사는 전체 수요를 가늠하는 척도인데, 최근 몇 년간 생산자들이 신상 와인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며 재고 과잉 상태로 2차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해 수요가 위축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년 행사가 시장 심리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FT는 와인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기가 끝날 조짐을 보이는 신호도 있다고 짚었다. 9~11월 3개월 동안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상인들은 중국 경제 둔화로 타격을 입었던 아시아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파울로 퐁 홍콩 알타야 와인 설립자는 "더 많은 고객이 (저평가된) 고급 와인 가격을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홍콩 증시 반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법조계 종사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급 부르고뉴와 빈티지 샴페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이 셀러를 많이 비웠다"고 말했다.
리 크림블 비넘 와인즈 그룹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중국 고객들과의 미팅에서 부르고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상하이의 와인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며 성숙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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