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된 한국 대학생들 충격 실태…악덕업체들, 美 J-1비자 악용

NYT, 美 악덕업체 폭로
J1 비자로 연수생 등 모집해 수수료 수익
근로시간 위반·산재 등 속출
韓 대학생 사례 조명…현재 소송 중
국무부 문제 알고도 조치 안 해

미국 국무부가 일시 중단했던 외국인 유학생 및 연수생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발급 관련 절차를 재개한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은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긴줄이 이어지고 있다. 2025.6.23 조용준 기자

미국 국무부가 일시 중단했던 외국인 유학생 및 연수생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발급 관련 절차를 재개한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은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긴줄이 이어지고 있다. 2025.6.23 조용준 기자


미국에서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발급되는 J-1(비이민 교환방문) 비자 제도가 일부 악덕업체에 의해 '현대판 노예제'처럼 악용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재단이 J1 비자를 미끼로 연수생들을 모집한 뒤 미국 내 업체들을 연결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고, 보험 장사 등을 하며 근로 착취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J-1 비자 입국자는 매년 30만명이 넘는다. J-1 비자는 문화 교류·연수를 목적으로 한 비이민 비자로 인턴, 연구원 등에게 발급된다. 미국 정부가 J-1 비자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부당 이득과 이해충돌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피해를 본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인 대학생 강모 씨 등의 사례를 다뤘다. 강 씨는 지난 2023년 '일생의 한 번뿐인 기회'라는 J-1 비자 홍보 자료를 보고 미국에 입국했다. 그는 J-1 비자를 받기 위해 'J-1 비자 익스체인지'라는 단체에 수수료를 약 5000달러(약 725만원)를 지불했다.


강 씨가 근무하게 된 공장은 인디애나주의 제철 공장이었다. 그는 이 공장에서 업무를 위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정화조 청소만 강요받았다. 문화교류·연수 위주의 인턴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이에 강 씨는 회사 측에 불만을 제기하자 해고당했다. 강 씨는 현재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폰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J-1 비자 익스체인지'와 같은 단체는 보통 한국에서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대학생이나 연수생 등을 모집한다. 이들은 J-1 비자 학생과 연수생을 미국 내 업체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스폰서'라 불린다. 스폰서들은 영리·비영리 재단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1990년에 설립된 '전세계 국제학생교류재단'(WISE)이 대표적이다. WISE는 2023년까지 연간 3300명의 J-1 비자 근로자를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취득한 수수료 수입만 490만달러(약 71억원)에 달한다.


WISE 재단이 2012년 모집해 미국에 입국한 외국 학생들도 피해를 보았다. 이들은 알래스카주의 한 해산물 가공 공장으로 보내져 길게는 하루 19시간에 달하는 중노동에 시달렸다며 J-1 비자를 담당하는 국무부에 재단을 신고했다.


2019년에는 다른 외국 학생들이 네브래스카주의 한 양돈 농장으로 보내져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연수생 중 한 명은 "근무시간 문제도 있었고,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갈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에 신고한 이들은 항의하면 추방 위협을 받았다고 호소하면서 "노예 같았다"고 말했다.


2024년에는 심각한 산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독일인 학생이 오클라호마주의 농장에서 일하던 중 트럭 타이어 폭발로 두개골이 함몰되면서 중증 장애를 입었다.


이런 피해가 속출하는 동안 재단 운영자들은 J-1 입국자들과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입 등으로 배를 불렸다. WISE 재단을 세운 데이비드 달은 한해 52만달러(약 7억5000만원) 받았고, 200평 넘는 저택으로 집을 옮겼다. NYT 취재 결과 재단 이사진은 재단 설립자의 아내와 부모, 친척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 외국학습 연구소'(The American Institute For Foreign Study)는 수수료 취득 외에 보험 장사까지 하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사고·여행보험을 제공하는 별도 회사를 차린 뒤 J-1 비자 입국자들에게 모집 수수료와 별도로 최대 월 100달러(약 15만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NYT는 "스폰서들은 비용 상한선 없이 얼마든지 학생과 연수생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판 노예' 된 한국 대학생들 충격 실태…악덕업체들, 美 J-1비자 악용

NYT는 국무부도 스폰서들의 파행적 운영 실태를 모르지 않지만, 형식적인 감독에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미연방 의회에선 J-1 비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 채용 프로그램과 관련한 수수료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됐다가 스폰서들의 로비로 부결되기도 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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