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애동지 속설보다 깊은 자비의 정"…대구 법륜사, 눈물과 선율로 채운 동지법회

"일체유심조, 형식보다 정성이 우선"
성담 스님의 눈물과 사제 대명 스님의 동행
아코디언 선율과 신도들의 노래자랑으로 화합

2025년 12월 22일, 음력 11월 초순에 들어 이른바 '애동지'라 불리는 날이었으나, 대구 동구 법륜사(주지 성담 스님)의 법당 안은 민간의 속설을 무색케 하는 따뜻한 자비의 열기로 가득 찼다.


흔히 애동지에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하여 팥죽 대신 떡을 해 먹는 풍습이 전해진다.

하지만 법륜사는 이러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정성껏 쑤어낸 팥죽으로 대중 공양을 올렸다.

법문 후 팥죽 공양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법문 후 팥죽 공양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법륜사 측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붉은 팥이 지닌 벽사의 의미와 이웃을 배불리 먹이는 공덕이 특정 날짜의 길흉보다 앞선다는 불교적 근거를 강조하며 동지의 참뜻을 실천했다.


이날 법회 후 실내 법당에서 이어진 '동지 맞이 작은 음악회'는 사부대중이 마음을 나누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주지 성담 스님이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기 시작하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노래를 이어가던 성담 스님은 법당을 가득 메운 중·노년 신도들의 주름진 손과 백발을 마주한 순간, 수행자로서 느끼는 애틋한 자비심에 목이 메어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주지 성담 스님이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는 부르고 있다.

주지 성담 스님이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는 부르고 있다.

스님의 노래가 멈춘 찰나, 사제(師弟)인 대명 스님이 무대로 올라와 곁을 지키며 함께 노래를 갈무리해 사제지간의 든든한 정과 중생을 향한 일심(一心)을 보여주었다.


음악회는 스님들의 무대에 이어 신도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통의 장으로 이어졌다.


법당 안에 울려 퍼진 능숙한 아코디언 연주는 참석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코디언의 애절하면서도 경쾌한 가락에 맞춰 신도들은 박수를 치며 한 해의 고단함을 털어냈다.

한 신도가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한 신도가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이어진 신도 노래자랑에서는 50여 명의 사부대중이 한데 어우러졌다.


무대에 오른 신도들은 평소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뽐냈고, 좁은 법당 안은 환호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팥죽 한 그릇을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모습은 동지가 지닌 '작은 설'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법륜사 주지 성담 스님은 "애동지라는 격식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이웃들이 팥죽 한 그릇과 노래 한 자락에 시름을 잊고 웃음을 되찾는 것"이라며, "오늘 흘린 눈물과 웃음이 새해를 살아갈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법륜사는 이번 동지법회를 시작으로 신년 해맞이 법회와 입춘 삼재 소멸 기도 등 지역 포교와 자비 나눔의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