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안했는데 '혈압 254' 뇌졸중 쓰러진 50대…매일 8개씩 마신 '이것' 때문

혈압 254까지 치솟아 응급실행
매일 8잔 마신 '에너지 드링크' 때문

술·담배를 하지 않던 영국의 한 50대가 에너지음료를 즐겨 마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례가 알려졌다.


에너지 음료. 해당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에너지 음료. 해당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영국의학저널에 게재된 노팅엄대병원 신경학과 의료진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와 같은 사연을 소개했다. 영국 노팅엄에 거주하던 50대 남성 A씨는 갑자기 왼쪽 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균형을 잡지 못해 응급실로 이송됐다. 평소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던 A씨였기에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그의 혈압은 수축기 254㎜Hg, 이완기 150㎜Hg로 정상 수치(120㎜Hg/80㎜Hg)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초고위험 상태였다. 정밀 검사 결과 A씨는 '가역적 뇌혈관 수축 증후군'(RCVS)이 의심됐다. RCVS는 뇌동맥이 수축해 좁아지는 병이다. MRI에서는 뇌의 시상 부위 조직이 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는 '우측 시상부 열공성 뇌졸중'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퇴원한 뒤에도 A씨의 고혈압 증세는 3개월간 지속됐으며, 저림 증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사실 A씨는 하루 평균 8캔의 고농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마신 음료 한 캔(약 473㎖)에는 160㎎의 카페인이 들어있었다. 즉 A씨는 매일 성인 권장량(400㎎)의 3배가 넘는 약 1.2g의 카페인을 섭취했던 것이다.


의료진은 발병 원인을 찾다가 에너지 음료 복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A씨의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단 3주 만에 모든 약물 복용을 중단할 수 있었고, 업무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뇌졸중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첫 발병 당시 생겼던 왼쪽 감각 이상은 영구적으로 남았다. A씨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어떤 위험을 불러오는지 전혀 몰랐다"며 "8년이 지난 지금도 왼손과 손가락, 발과 발가락에 감각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의료 전문가들은 뇌졸중이나 원인 불명의 고혈압으로 내원한 젊은 환자들에게 에너지 드링크 섭취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며 과도한 고카페인 에너지음료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혈압 급상승과 뇌혈관 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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