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피어난 모성"…어미 잃은 새끼 곰 입양한 북극곰 화제

캐나다서 입양 양육 사례 포착
45년 연구 중 입양 사례 13건뿐

지구 온난화로 북극곰의 생존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캐나다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를 입양해 친자식과 함께 돌보는 북극곰의 모습이 포착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8일 연합뉴스는 AFP통신을 인용해 북극곰의 희귀한 입양 사례가 캐나다 마니토바주 허드슨만 연안 도시 처칠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북극곰 입양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게 보고되는 행동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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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구진은 지난봄, 출산 후 굴에서 나온 어미 북극곰과 새끼 한 마리를 발견해 개체군 연구를 위한 표식을 부착했다. 이후 지난달 이들을 다시 관찰하던 중, 어미 곰 곁에 표식이 없는 또 다른 새끼 곰 한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소속 과학자 에번 리처드슨은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해당 어미 북극곰이 새끼 한 마리를 입양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난 45년간 북극곰 연구 기록 중 입양 사례는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에는 두 마리의 새끼 곰이 눈밭을 탐색하고, 어미 곰이 그 뒤를 지키는 모습이 담겼다. 한 새끼 곰이 다른 새끼 곰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다만 입양된 새끼 곰의 친모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GPS 추적 결과, 이들 북극곰 가족은 현재 해빙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다. 두 새끼 곰은 생후 약 10~11개월로 추정되며, 앞으로 약 1년 반 동안 어미 곰과 함께 지내며 사냥 기술을 익힐 것으로 보인다. 어미 곰은 사냥한 물개를 통해 새끼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리처드슨은 "어미 곰이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를 돌보고, 그 새끼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정말 훈훈한 일"이라며 "암컷 북극곰은 강한 모성 본능을 지닌 훌륭한 어미"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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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지난 13일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모바일 DNA(Mobile DNA)'를 통해 그린란드 남동부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이 급격한 유전적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기온 상승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워싱턴대가 수집한 북극곰 혈액 표본을 분석한 결과, 남동부 지역 북극곰에서 '점핑 유전자'로 불리는 전이인자의 활동이 북동부 개체군보다 활발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이인자는 유전체 내에서 이동하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남동부 북극곰에게서는 노화 조절, 에너지 대사, 스트레스 대응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따뜻해진 기후와 먹이 변화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연구 책임자인 앨리스 고든 이스트앵글리아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북극곰 생존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지만, 멸종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여전히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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