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행정은 정치와 다르며, 이 자리는 행정을 하는 곳이다. 국민과 대중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업무보고 이후 소셜미디어(SNS)와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논란을 증폭하는 행위를 겨냥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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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다.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 꼴'이라는 주장에 대해 "상식 세계와 몰상식 세계의 공존"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정역영에서는 절대로 허위보고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1분 전에 이야기한 것과 1분 후에 이야기한 게 다르고,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야기한 것을 뒤에서 서 또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책갈피 외화 불법 반출을 물었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왜 자꾸 옆으로 새느냐"고 했다. 이에 14일 이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스러운 것은 (업무보고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이라며 "대통령님이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범죄를 대통령이 가르쳐줬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몇년도에 (수법이) 보도됐고 정부가 보도자료를 냈다는 게 (기사) 댓글에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외화 밀반출입이 늘자 관세청은 지난해 6월20일 적발 현황과 사례를 정리해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럼 일부가 범죄를 저지르는데 쉬쉬하면서 그들에게 (범죄) 기회를 주라는 것이냐"며 "그럼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불법 외화 반출이 세관의 업무라는 이 사장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공사의 검색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등 위해 품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원래 정확하게 얘기하면 관세청이 하는 일이지만, 관세청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위탁을 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며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출은 공사가 검사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의 말을 반박한 뒤 "우리 국민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다 보고 있다"면서 "국민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 기강 확립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은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라며 "상사는 부하의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고, 이에 악의를 가지고 허위 보고를 하거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왜곡 보고를 하는 것은 가장 나쁜 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권한을 행사하며 명예와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지적했다. 신속한 업무파악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이든 과장이든 승진이나 전보를 해서 업무를 맡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빨리 파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4일 차 업무보고를 하루 종일 이어간다. 대상은 산업통상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인사혁신처 및 산하 공공기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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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업부는 이날 '지역에는 성장을, 기업에는 활력을'을 비전으로 한 3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지역 중심 경제성장, 첨단제조 AI 대전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신통상전략이 축이다. 산업부는 우선 지역을 경제성장의 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 산업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한다. 선정된 산업에는 규제·인재·재정·금융·혁신을 아우르는 '성장 5종 세트'를 집중 지원하고, 대규모 지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형 IRA 성격의 '성장엔진 특별보조금' 도입도 검토한다.
권역을 넘어서는 메가 단위 산업 육성도 추진한다.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구미·부산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하고, 충청·호남·영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를 조성한다. 광주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충남 디스플레이 첨단연구원, 대구 AI 로봇 인프라 등 지역 맞춤형 미래 산업 기반도 강화한다.
제조와 AI의 결합을 통한 산업 혁신에도 나선다. 산업부는 1000여개 산·학·연이 참여하는 '제조 AI 대전환(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AI 팩토리 500개 구축, 대·중소 협력 AI 선도모델 15개 개발, AI 실증 산업단지 13곳 조성을 추진한다.
첨단산업과 신산업 육성도 병행한다.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바이오, 방산 등 주력 산업별로 '국내 마더팩토리 구축과 해외 양산' 전략을 적용하고, 차세대 배터리와 AI 반도체, LNG 화물창, 자율주행 핵심 기술 등에 대규모 R&D 투자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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