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 여부를 가릴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김성환 부장판사)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 씨 측이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 첫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2009년 3월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의 한 골목에 세워진 택시 안에서 50대 택시기사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에게는 끈으로 목이 졸리고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확인됐고, 관할 경찰인 창원서부경찰서는 범인이 손님인 척 택시에 탔다가 A 씨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을 거라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택시에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이 발견되거나 전날 밤 운행하던 기사를 본 사람도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다 같은 해 7월 택시 강도 사건을 벌인 아크말 씨 등 우즈베키스탄 국적 외국인 3명이 검거됐고, 아크말 씨의 자백을 받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아크말 씨를 법정에 세웠다.
19살이었던 아크말 씨는 19살이었던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듬해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아크말 씨 측은 지난 1월 창원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냈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이세령 기자
이날 변호인은 "자백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미성년 외국인이라는 취약한 지위의 피고인이 위법한 수사와 형식적인 국선변호, 부실한 재판 심리 속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강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피고인은 당시 검사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피고인은 자신에게 구형된 형량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검사 역시 당시 구형 의견에서 피고인 자백 외에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소행이란 사실을 입증할 명백하고 확실한 직접증거는 없다고 명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사건 수사 당시 아크말 씨가 쓴 진술서에 대해 "자발적으로 작성한 거라 보기 어렵고 작성 시점조차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통해서도 피고인의 한국어 능력에 한계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그런데도 당시 경찰 조사와 실황 조사, 재판 과정에는 통역, 번역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과 검사는 피고인 자백과 모순되는 피해 택시 이동 경로 관련 폐쇄회로(CC)TV 기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통화내역 및 기지국 수사자료, 진범 관련 제보, 창원서부서 수사 자료 등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들을 송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라고도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아크말 씨를 폭행하고 자백을 유도했으며 국선 변호인들이 의견서와 변론요지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점, 변호인 접견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도 말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피해자 유족도 피고인의 재심과 재수사를 바란다"라며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모든 법적 권리와 방어권을 온전히 보장한 상태에서 공정하고 의심 없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사건 재심 청구에 대해 재판장에서 구술로 따로 말하지 않고, 이미 제출한 의견서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으로 재판에 필요한 자료와 증인 신청 관련 의견서 등을 제출 또는 검토해달라고 아크말 씨 측과 검찰 측에 요청했다.
다음 심리는 내년 2월 12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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