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전세가격이 오르는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원천 봉쇄한 10·15 대책의 영향으로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 공급 자체가 위축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내년 봄 이사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3조2348억원으로 전월 대비 2849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9월(-344억원), 10월(-1718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연속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전세자금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던 2월(8411억원)과 비교해보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2월은 통상 신학기를 앞두고 봄 이사철 성수기로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11월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줄어든 배경으로는 갭투자를 원천봉쇄한 10·15 대책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특히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인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취득 후 최소 2년간 전세 매물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또 10·15 대책으로 전세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그동안 대출 규제에서 제외됐던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출 한도가 많이 축소됐다.
대출 규제로 전세 공급이 줄자 전세수급 불균형이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4.4로 나타났다. 전세수급동향은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균형을 나타내기 위해 산출한 통계 지표로, 기준값인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05.0으로 2021년 11월(108.3) 이후 4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매물 부족은 전세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월 넷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14% 상승, 42주 연속 상승세다.
전세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1월 한 달간 신용대출 잔액은 8316억원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639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두 달간 1조7567억원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10·15 대책으로 갭 투자 매물에는 대출이 나가지 않고, 이후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풀어주면서 퇴로를 열어주긴 했지만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돼 사실상 전세대출은 불가능해진 셈"이라며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면서 신용대출 등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10·15 대책으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와 전세물건 감소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 악용은 줄어들겠지만 전세가 상승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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