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경영환경 악화에 조달·대손비용 부담 커져
가맹점 수수료·DSR 규제에 영업까지 제약
비용관리·스테이블코인 협업 등 돌파구 모색

카드업계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잃는 악순환에 빠졌다. 정부 규제는 강화되고 조달 비용은 늘어나는 가운데 신용판매·결제 등 본업 영역을 위협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까지 겹치며 중장기 전망도 어둡다. 당분간 강도 높은 비용 관리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업 아이템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비용부담 늘어 수익성 방어 난항
[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위기 요인으로는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증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제, 카드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스테이블코인·핀테크 등 경쟁 심화, 사이버 사고에 따른 IT 비용 상승 등이 꼽힌다.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 저하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신용판매 확대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평가다.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6816억원으로 전년 동기(7259억원) 대비 443억원(6.1%) 감소했다.


우선 카드사들은 경영비용 증가에 직면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평균 금리는 3.415%로, 지난해 같은 날(3.046%)보다 36.9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를수록 조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본업인 신용판매가 부진해지자 카드론 등 고위험 상품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대손충당금 부담도 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과 비교해 증가 폭이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은 10조8576억원으로, 3년 전(10조5992억원)보다 2.4% 늘었다. 특히 롯데카드(41.9%), 우리카드(13.6%)의 증가율이 높았다.

정부 정책이 영업 짓눌러
[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신용판매는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정책 기조로 인해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10여년간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핵심 고객인 가맹점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은 주요국 대비 낮다. 금융위원회·한국은행·MPC(Merchant Payments Coalition)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35%인 반면, 한국은 연매출 30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이 2.07%에 그친다. 연매출 3억~30억원 가맹점은 1.00~1.45%,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4% 수준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2분기 카드수익 대비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35.7%로, 3년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비중은 2022년 2분기 40.7%→2023년 2분기 38.6%→2023년 38.3%→2024년 35.7%로 지속 감소했다. 자체 상품이 적어 가맹점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BC카드는 같은 기간 84.6%→77.8%→77.9%→76%로 8.6%포인트 떨어지며 타격이 더 컸다.


여기에 카드론이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출 영업도 위축됐다. 현 정부가 소상공인·민생 지원을 주요 경제 정책 기조로 삼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 정책이나 카드론 DSR 규제의 완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원칙적으로 6년'으로 연장했지만 규제 완화 기대는 크지 않다.


수익성 감소→건전성 악화 '악순환'
[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수익성 둔화는 건전성 지표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실질연체율)은 평균 1.88%다.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인 2022년 6월 말(0.95%)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실질연체율은 대환대출 연체채권도 포함한 수치(명목연체율은 대환대출 제외)여서 카드사 건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와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세부적으로 연체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채권배분 최적화 전략 구사, 취약차주 심사 고도화 등을 하고 있으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장 고금리 기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소비자의 채무 상환 부담 가중, 신용 구제 신청 증가에 따른 차주 상환 여력 약화 같은 구조적 악재가 겹치며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개척에 사활
[위기의 카드]①비용·규제 겹악재…수익성·건전성 동반 흔들린다

업계의 구조적 침체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카드업계가 기대를 거는 신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지급결제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카드사가 실질적인 지급결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에 도입할 경우 정산 기간 단축과 수수료 절감 등 카드사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기존 카드 결제 체계가 고객→가맹점→매입사→카드 네트워크→발급사 등 다단계를 거쳐 정산까지 1~5거래일이 소요되는 데 비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는 발급사·네트워크 단계가 줄어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급 결제 측면에서 카드사가 먼저 참여할 기회를 주고 카드망에 탑재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 금융회사도 참여 가능한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