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2월 첫 거래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가상자산 가격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글로벌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며 증시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전 9시41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4.3포인트(0.47%) 내린 4만7492.12를 기록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5.13포인트(0.66%) 미끄러진 6803.9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0.427포인트(0.99%) 하락한 2만3135.258에 거래 중이다.
종목별로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0.41%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반도체 소프트웨어(SW) 설계 기업인 시놉시스에 20억달러(약 2조9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시놉시스 주가는 2.92% 강세다. AMD와 브로드컴은 각각 1.01%, 4.19% 동반 하락 중이다. 오라클은 2.18% 내리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5.82% 급락한 8만6035.17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에 올해 4월 이후 처음으로 9만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이달) 금리 인상의 장단점을 검토한 뒤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다"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만큼 금리 인상은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OJ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주요 축이란 점에서 시장에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차입해 해외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국채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일본 2년물 국채 금리는 우에다 총재 발언으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오른 4.0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1bp 오른 3.50%를 기록하고 있다.
IG의 알렉상드르 바라데즈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적응해야 할 글로벌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삭소 방크 프랑스의 안드레아 투에니 세일즈 트레이팅 수석은 "비트코인 하락과 BOJ의 발언이 투심을 누르고 있다"며 "시장은 다가오는 거시경제 지표와 크리스마스 랠리 기대감 사이에서 여전히 다소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후임 인선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6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유력한 후임으로는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거론된다. 그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명한다면 기꺼이 의장직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11월 AI 거품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시장이 12월 어떤 흐름을 나타낼지도 주목된다. 증시 분석업체 스탁 트레이더 알마낙은 S&P500지수가 12월 평균 1% 이상 상승해 계절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기술 전략가는 "11월 초 어려움을 딛고 시장이 반등하며 12월 전망을 더욱 더 건설적으로 보고 있다"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더욱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위스쿼트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12월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고, 특히 지난달의 하락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조정 국면으로 판단했던 이들에겐 더욱 그럴 수 있다"며 "금리 선물 시장이 (다음 달) Fed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90%로 보고 있는 상화에서 추가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재료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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