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음반 아레테 콰르텟 "야나체크·수크가 저희의 정체성"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와 요제프 수크(1874~1935). 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바이올린 전채안·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이 데뷔 6년 만에 첫 음반을 녹음하며 선택한 체코의 작곡가들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처럼 유명하지 않고, 무엇보다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하면 보통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가 꼽힌다.


박성현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공연장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반은 본보기가 될 만한 좋은 음반들이 굉장히 많다"며 "조심스럽지만 데뷔 음반은 저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했고 야나체크와 수크의 음반이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바이올린 전채안, 첼로 박성현   [사진 제공= 목프로덕션]

왼쪽부터 바이올린 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바이올린 전채안, 첼로 박성현 [사진 제공= 목프로덕션]


음반에는 세 곡을 담았다. 야나체크는 현악 사중주 두 곡을 남겼는데,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편지'를 모두 녹음하고, 수크의 '옛 체코 성가 성 바츨라프에 의한 명상곡'도 담았다.

특히 이 중 크로이처 소나타는 오늘날 아레테 콰르텟의 근간이 된 중요한 곡이다.


아레테 콰르텟은 2019년 9월 창단해 2021년 처음 출전한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고 심사위원상과 청중상 포함 5개의 특별상을 모두 석권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2위를 선정하지 않고 공동 3위 두 팀을 선정했다. 아레테 콰르텟의 실력이 압도적인 1등이었다는 의미다. 당시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 크로이처 소나타였다.


전채안은 "당시 하루에 8시간 연습하면서 콩쿠르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성현은 "프라하의 봄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야나체크 작품의 해석이 굉장히 신선하고 설득력 있다라는 평을 해주셔서 저희가 야나체크에 강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이어 "야나체크의 곡은 굉장히 극적"이라며 "특히 2번은 '술 폰티(sul ponti: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의 준말로, 브릿지 위에서 활을 그어 얇은 금속성의 소리를 내는 현악기 주법)',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활로 켜지 않고 손가락으로 뜯는 현악기 주법)' 등의 연주기법을 사용해 독특한 음향 효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2번은 사실 비밀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대한 얘기에 가깝다"며 "녹음이 힘들 때마다 야나체크는 대채 뭘 원했길래 이렇게 강렬한 사랑을 곡으로 남겼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은중은 "수크도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라며 "'옛 체코 성가 성 바츨라프에 의한 명상곡'은 저희만 알고 있기 너무 아쉬운 곡이라고 생각해 녹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코 민족주의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곡이라고 평가받으며 체코 국가의 후보로도 거론됐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체코 음악은 민족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도 민족성이 강해 체코 곡을 가만히 듣다 보면 묘하게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레테 콰르텟 '야나체크&수크' 음반 커버   [사진 제공= 목프로덕션]

아레테 콰르텟 '야나체크&수크' 음반 커버 [사진 제공= 목프로덕션]


아레테 콰르텟의 데뷔 음반 '야나체크&수크'는 지난 19일 애플 자회사인 플래툰 레이블로 전 세계 동시에 온라인 발매됐다. 플래툰 레이블은 그동안 온라인 음원만 유통했는데 이번 아레테 콰르텟 데뷔 음반으로 첫 실물 음반을 유통할 예정이다.


아레테 콰르텟은 2021년 모차르트의 봄 콩쿠르 이후 콩쿠르의 제왕이라 해도 될 정도로 여러 콩쿠르를 휩쓸었다.


2023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1위 및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최고해석상 수상, 2024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및 5개의 특별상을 석권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아트실비아 실내악에서 우승했다. 올해 밴프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한국인 최초 본선 진출 및 준우승, 보르도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 3위를 차지했다.


박성현은 "저희가 어디 정도 위치에 있는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고 그 방법이 항상 콩쿠르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챕터를 넘어가는 상황이라 생각해 음반을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 7일부터 음반 발매 기념 전국 투어 중이다. 대전과 김해에서 공연했고, 29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내달 6일 통영국제음악당 공연이 남아있다.


박성현은 내년 계획과 관련해 우선 야나체크와 수크 연주로 활동을 하면서 슈만의 서거 170주년도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슈만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내년이 슈만 서거 170주년이어서 기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