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사망자 55명으로 늘어…실종자도 279명

홍콩 中 반환 이후 최악 화재 참사
대나무 비계로 불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

26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사고 사망자가 최소 55명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27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콩 수사당국은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 건물 보수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으며, 홍콩 전역에서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불이 나 일대에 붉은 연기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불이 나 일대에 붉은 연기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화재는 지난 25일 오후 2시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 '웡푹 코트'에서 발생했다. 홍콩 소방처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26일 오후 3시 기준 55명으로 늘어났다. 51명은 현장에서 발견됐고, 4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도 포함됐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홍콩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자국민 2명이 화재로 숨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부상자 7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소방관도 8명 포함됐다.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은 200명 이상이며, 이들은 실종 상태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행방불명자 수가 27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현재 아파트단지 주민 약 900명은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 단지는 8개 동으로, 불이 붙은 건물은 7개 동이다. 4개 동에서는 약 10시간 만에 불길 대부분이 잡혔지만, 나머지 3개 동은 화재 발생 후 2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화재 사고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최악의 화재 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했으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웡푹 코트 아파트단지는 노후한 공공 아파트단지로, 2000가구(약 4800명)가 거주하고 있다. 단지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은 중국 본토와 인접한 곳으로, 약 30만명이 거주한다.


이 아파트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다. 당국은 이번 화재가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 공사용 안전망 등으로 불이 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비계는 통상 금속 프레임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홍콩 정부는 지난 3월 단계적으로 대나무 비계를 퇴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