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당분간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지만 향후 경로에 상하방 위험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상승 기대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고, 물가상승률도 다소 높아진 점을 고려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0.9%)보다 0.1%포인트 오른 1.0%로, 내년 성장률은 0.2%포인트 올린 1.8%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전망 배경에 대해 "한미 무역협상 타결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며 "소비 측면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경제심리 개선의 영향이 커지면서 회복세가 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성장흐름을 보면 반도체 등 IT 부문의 성장세는 견조한 반면 관세 영향이 큰 부분과 지방중소기업 등에서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 리스크 요인의 전개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통위 결정에 소수의견은
▲신성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 금리 동결을 하고자 했던 5명의 금통위원은 지난 통방과 비교할 때 성장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고 환율과 부동산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반대 신성환 위원은 향후 성장 및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됐지만 기저 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민간 실질 부문의 회복속도가 더딘 만큼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면서 추후 판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전망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후에도 2.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줬고, 나머지 3명은 현재의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동결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폭 확대되고 물가에 대한 우려도 다소 증대된 만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변화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3명은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향후 통화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고려할 때 아직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동결과 인하 3대3 의견이 정책전환을 시사하는 것인가
▲내려가는 것도 열려있고, 동결도 열려있다고 이해해달라. 인하사이클 종료로 해석하는건 개인의 판단이다. 다만 이번에 금통위원 중 누구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 현시점에서 금리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금리 동결에서 인상으로 가는 데는 평균 1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인하하다가 확 인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게 정책전환을 금리인상으로 해석하지는 말라.
-한은 전망대로라면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치고 그마저도 반도체 경기에 기댄 바가 커 보인다.
▲내년 1.8% 성장률 전망은 IT, 반도체 사이클에 주도되는 것이 맞다. 내부적으로 내년 비IT 부문 성장률은 1.4% 정도로 보고 있다. 아직은 잠재성장률 밑에 있어 둘 간의 아웃풋갭이 천천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하사이클 종료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금통위원은 반도체 착시현상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실질 GDP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아웃풋갭)가 낮춰지는 시점을 언제로 보고 있나
▲아웃풋갭이 음수인데 왜 물가가 안 떨어지고 더 오르냐.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걸로 봤는데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오늘 논의됐다. 잠재성장률은 모델마다 크게 다른데 현재로서는 어느 모델로 보더라도 현재 대비 음수다. 낮춰지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이고, 늦으면 2027년 말까지 가는 거로 보고 있다. 다만 아웃풋갭이 다 닫히기 전에는 금리 정책이 안 변할 거라고 생각할 것은 아니다.
-1400원 중후반의 고환율 흐름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 보는가
▲환율 레벨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최근 몇 주는 두가지 면에서 우려하고 있다. 우선 변동성보다도 너무 한 방향으로 쏠려가고 있다. 그리고 (환율 상승이)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 과거에는 달러가 강세가 되면 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와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몇 주는 원화가 좀 더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쏠림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다만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문제가 되고, 외채에 부담이 돼 금융위기가 오는 금융안정 위기를 시장에서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에 불안은 없다. 그래서 금융안정의 문제는 아니지만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우려된다.
▲또 해외에 투자하신 분은 당장은 장부가 수익이 많이 생겨서 '윈'(이익을 얻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레버리지까지 하면 갖고 들어올 때 수익률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해외주식도 AI 버블 얘기도 많고 너무 많은 돈이 나갔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수출업체는 고환율 이익을 보지만 내수업체는 손해를 봐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지금은 과거 국가부채에 외채가 많았을 때하고는 다르고,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전 세계 환율이나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와도 다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생긴 쏠림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향후 인하사이클이 종결하면 환율과 부동산 상승 압력도 줄어들 거라 보나
▲만일 인하 기조가 사라진다면 유동성을 많이 풀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시그널 면에서 환율과 부동산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매번 강조하지만 환율과 부동산은 통화정책만 가지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한미 금리차가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채권은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고 있다. 물론 선물은 팔고 있지만 선물은 결제가격의 차액으로만 보기 때문에 현재에 영향을 주는 건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지금 환율은 금리 문제는 아니고 해외 주식시장으로 나가는 게 문제이기 때문에 인하 기조가 줄었다고 해서 환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부동산도 수요억제책만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긴 어렵기 때문에 공급 등 종합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
▲환율 레벨 걱정은 안 한다. 다만 지금 1500원 가는 게 한미 금리차 때문도 아니고 외부에 의한 것도 아니고 해외 주식이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된다. 해외주식 투자를 하면서 위험관리가 되고 있는지, 환율 변동 위험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해서 정부, 국민연금과의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다만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노후자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국민연금은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어제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기자회견을 했는데 언론에서 '국민연금을 동원했다', '노후자산을 희생하면서 볼모로 잡았다' 이런 부정적인 기사가 많아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외환당국의 입장에서 추가 설명을 하자면,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다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현 제도하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우선 꽤 있다. 그리고 국민 노후자산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보호하기 위해서 좀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우리는 연금보험료가 증가하고, 특히 모수 개혁으로 국민연금이 운용해야 하는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10여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고령화가 되기 때문에 투자했던 자산을 빠르게 가져와서 지급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전 세계 투자기관이 자산규모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과 달리 우리는 구조가 특이하다. 그래서 해외로 돈을 많이 가지고 나가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환율에 절하하는 영향을, 가져올 때는 절상 효과를 가져온다. 절하 국면에서는 원화 표시로 하면 수익률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가져올 땐 절상 압력을 받으니 수익이 낮아 볼 수 있다. 국민 노후자산을 보호하려면 장부가로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볼 게 아니라 갖고 올 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율로 이익 헤지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중장기 시각으로 성과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금 국민연금이 자산 배분을 해서 얼마를 해외로 가지고 갈지, 그다음에 해외 자산에 대해 헤지를 언제부터 할지, 또 헤지를 했다가 언제 풀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정한 규칙이 있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사실 대외비지만 이미 패를 다 알고 있다. 대충 환율이 어느 선까지 가면 헤지가 시작될지, 그러니까 조심해야 되겠다. 반대로 어느 선 밑으로 내려가면 헤지를 풀 거니까 괜찮다 이런 것들이. 해외 투자자들이 그 바운더리 안에서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패가 다 까진 상태다. 저희처럼 환율을 조정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 내에서도 플러스 마이너스 여력이 있는데 국민연금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산운용사가 헤지 계획 변경으로 손실이 생기면 굉장히 책임을 묻지만, 반대로 잘되면 그에 대한 보상은 없다 보니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키우고, 해외에 얼마나 가져가고 환율 수준에 따라 헤지를 얼마나 할지 신축성도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책임지기 싫어하다 보니 환율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뉴프레임워크는 전략적 모호성을 키우고 환율 수준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처음 해외에 투자할 때는 개인이 해외로 자산을 가져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러 법제화도 되고 국내 상황이 돼서 해외로 많이 가지고 나간다. 그럼 국민연금의 역할이 나라 전체의 포트폴리오에서 뭐가 최적이냐를 보면, 개인들이 많이 가지고 나간다고 하면 그에 대한 조율을 해서 나라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고민도 조금 할 필요는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민간이 나가는데 기계적으로 국민연금도 나가면 환율이 한쪽으로 쏠림을 주니까 이런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기금 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부도 아닌데 그런 거시적인 영향을 어떻게 다 보느냐 하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해서 거시 경제적인 영향을 아예 무시하기에는 국민연금 규모가 너무 커졌고 외환을 통해 주는 부작용도 커졌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거시적인 생각을 하는 한은, 기획재정부와의 4자 협의를 통해서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국민연금 외 환율 안정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나
▲다른 수단도 있다. 근데 애매한 것은 지금 개인이 해외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그리고 꼭 개입을 통해서 막아야 할지다. 다른 방법을 해야 할지 이런 것들은 지금 기재부에서 상의하고 있다. 쏠림 현상이 좀 사라지면 개인투자자들도 위험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음 달 한은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가 종료될 텐데 연장이나 규모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얼마를 사용할지가 문제지, 연장 자체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실무자 간 논의 중이다. 전략적 환 헤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서도 본인 이익을 위해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플렉스풀하게 하고 그 안에서 룸을 정했으면 좋겠는데. 아까 언급했듯 제도상 이익을 보면 성과가 없고, 손해 보면 책임을 지는 구조다 보니 있는 룸도 안 쓰고 패를 까고 있다. 수준에 맞춰 하는 게 노후 자산 보호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얼마 하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예상보다 다소 높다. 추가적인 상방리스크로 보는 것은. 정부의 확장재정이 물가에 미친 영향은
▲물가는 저희 예상보다 환율의 높은 수준이 계속되는 것이 상방 리스크다.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면 우리 내부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피해 등이 있을 수 있다. 확장 재정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그전까지는 제한적이라고 말해왔는데 올해 지출이 많이 늘었고 내년 더 늘어 재정이 누적될 경우 물가가 어떻게 될지는 다시 평가해봐야 할 것 같다.
-채권금리가 많이 올랐다. 더 오를 가능성은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었고 더 내릴 것이란 기대에서 3명이 인상은 아니라도 동결을 간다고 전망한 자체가 채권 포지션을 많이 가진 증권사가 채권 딜러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트랜지션 기간에는 채권금리도 변동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금리가 많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오픈마켓 오퍼레이션(국채 직접매입, 공개시장조작의 한 종류) 등 여러 가능한 옵션을 생각하게 될텐데, 지금 채권금리가 올라서 투자금리가 오르고 예대금리가 좀 올라가는 것은 금리정책의 변화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부동산 자산 가격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유동성 증가 속도나 규모를 어떻게 보나
▲유동성이 많이 풀린 건 사실인데, 새로 풀린 것은 크지 않다고 본다. 과거부터 풀린 유동성이 중장기로 투자한 것들이 광의통화(M2)로 온 구성 변화가 있다고 본다. 기술적인 얘기인데 M2에는 ETF와 같은 자산운용사 수익증권이 포함돼 있다. 9월 M2가 8.5% 증가했는데 주식시장 ETF 들어온 것을 빼면 5.5% 정도 된다. 과거 풀린 유동성이 다른 데 있다가 집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하려고 넘어온 게 있다. 과거까지 포함하면 풍부한 상황은 맞다. 그 유동성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부동산, 주식자산 가격 등의 변동이 있는 것 같다. 왜 지금 빼려고 하느냐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M2에 포함된 자산운용사 수익증권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빼라고 해서 준비 중이었고, 올해 말쯤엔 기존 버전과 새로운 버전을 같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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