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27년부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능력을 두배로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부회장)는 지난달 24일 대구 달성군 구지3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내년 상반기에 LFP 양극재 공장이 운영되고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 2027년부턴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6만t 규모 라인을 추가로 설치해 최대 12만t 캐파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또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같은 우방국들과의 에너지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ESS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LFP 배터리는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미국과 우방국들이 안보, 전력과 직결된 데이터센터 및 재생에너지와 연계되는 ESS에 중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리스크를 안고 갈 순 없을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LFP 배터리는 이제 '미래 먹거리' 수준이 아니라 '핵심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가 뚫리는 순간 북미 에너지 산업은 존재가 위협받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대구 달성군 엘앤에프 구지3공장에서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엘앤에프
최 부회장은 "3년 전 구지 공장에 LFP 파일럿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변에서 '용감하다' '왜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미래 시장을 예측했을 때 북미 ESS 시장은 내년 100기가와트(GW), 2027년 300GW"라며 "이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연결된 ESS 시장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3년 전과 비교해 북미 고객사들의 LFP 양극재 생산 논의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공급이 절대적으로 미국과 유럽 수요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현재 북미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 부회장은 "미국 미트라켐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2027년에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을 전제로 얘기 나누고 있는데, 목표 캐파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캐파를 모두 맞추려면 규모가 너무 커져 회사 내부에서도 논의가 치열하다"며 "아직은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도 무역장벽에 큰 문제가 없어 한국 생산을 먼저 하고 추후에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이 그간 주력해 온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용량은 적지만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에서 직접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엔 중국의 저렴한 가격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하에 유보해왔지만 최근 ESS 시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서서히 LFP 배터리 생산을 재개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배터리 제품 가격에 관세를 더하면 미국 시장에선 중국 제품보다 엘앤에프 양극재가 더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중국 공급망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달라는 고객도 많아 탈중국 LFP 전구체까지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모로코, 인도 등 여러 국가의 파트너들과 공급망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