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사이에서 낯선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공용 테이블'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는 타인과의 어색함과 불편함 때문에 호불호가 컸지만, 디지털 피로가 누적되고 아날로그적 경험을 찾는 젊은층이 늘면서 합석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Z세대가 합석해 테이블을 공유하는 식사를 유행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담 없이 타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예약 서비스 기업 레시(Resy)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90%가 '공용 테이블에서의 식사를 즐긴다'고 답한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합석을 선호한다는 응답률이 60%에 그쳤다. 세대 간 호불호가 뚜렷한 문화로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합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낯선 이와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식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픽사베이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의 63%는 '공용 테이블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도움 된다'고 답했고, 50%는 '평소라면 말을 걸지 않았을 낯선 사람과 식사하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3명 중 1명(약 33%)은 공용 테이블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고 했고, 7명 중 1명(약 14%)은 '데이트 상대를 찾았다'고 답했다.
테이블을 공유해 합석하는 문화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선호가 달라지곤 했다. 시카고 기반 레스토랑 그룹 '원 오프 호스피탤리티'의 도니 마디아 공동 창업자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사람들은 더 작은 공간에서 친밀한 상호작용을 원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고, 식당에 방문한 고객들은 타인과 함께 모여 식사하는 '공동체적 분위기'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Z세대가 합석을 선호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디지털 디톡스'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낯선 이들과의 강제적 대화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단절을 겪은 이후 오히려 현실에서의 가벼운 교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데이터 마케팅기업인 인마켓의 최고전략책임자 마이클 델라 페나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다소 수줍음이 많은 사람,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과 테이블을 공유하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며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소통하고 사회적으로 가까워질 기회"라고 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의 일부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파블로 리베로 레시 최고경영자(CEO) 또한 "Z세대에게 '함께 나눠 먹는 식사'는 이제 새로운 표준이 됐고, 공유할 수 있는 테이블은 가장 걸맞은 공간"이라며 "옆에 누가 앉을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경험의 일부이자 재미"라고 말했다.
'혼밥' 하고 있는 여성.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한국은 혼자 밥을 먹는 일명 '혼밥' 문화가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2∼2023년 한국인의 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횟수는 1주일 평균 1.6회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은 혼자 식사한다는 의미다. 한국인이 타인과 함께 밥 먹는 횟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5.0회) ▲호주(4.9회) ▲멕시코·캐나다(4.8회) ▲아르헨티나(4.7회) ▲브라질·이탈리아(4.6회)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다.
보고서는 "혼밥은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며 "이 같은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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