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에서 배운 커피철학”…이안아 명장, 따뜻한 기술로 사람을 끌어안다

2000명 제자·특산품 커피 연구·조용한 봉사
지역이 인정한 ‘생활형 명장’

'첫인상' 그와 마주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명인의 기교'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온기였다. 커피 한 잔을 대하는 태도보다 사람 한 명을 대하는 태도가 더 정교하고 더 깊었다.


그는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지역의 삶을 품어 안는 데 자신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 '공동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안아 대한민국 커피의명장, 그리고 92세의 명장의 어머니이다. 권병건 기자

이안아 대한민국 커피의명장, 그리고 92세의 명장의 어머니이다. 권병건 기자


◆ "효가 제 삶의 기초입니다"…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어머니를 지켜온 20년 1968년 경북 의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조부모와 부모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효를 배웠다.

2002년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후 풍병을 앓게 된 어머니를 아내와 함께 20여 년 동안 극진하게 돌보며 지역에서도 널리 알려진 '효의 실천가'로 남았다.


'효와 인격' 명장을 떠올리면 흔히 '기술적 탁월함'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의 명(名)은 기술보다 인품에서 출발했다. 어머니를 모시는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그가 어떤 태도로 삶과 직업을 대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증언이었다.


◆ 외국인 근로자부터 환경미화원까지… "커피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달성군은 농민,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이다. 이 명장은 취약계층을 위해 목욕 봉사, 해충 방역, 환경미화원 안전 지도 등 다양한 봉사를 조용히 이어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하루 커피 앤 도넛'의 수익 일부는 생활필수품을 구입해 홀몸 어르신 등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조용한 봉사' 그는 '나눔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했다. 그래서 그의 선행은 더욱 단단하고 깊게 다가왔다. '커피 명장'보다 '지역의 어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 해병대 부사관·비락 생산 과장… '현장'에서 익힌 땀의 기술

의성공고를 졸업한 그는 해병대 부사관으로 복무했고, 전역 후 ㈜비락에서 생산 과장으로 근무하며 현장의 실무와 관리 능력을 다졌다.

지역 농산물의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발효 도넛과 특산물 기반 커피를 개발했고, 이후 '하루 커피 앤 도넛'의 대표로서 독창적 브랜드를 구축했다.


'인생의 로드맵' 이 명장의 이력은 흔한 바리스타 경로와는 다르다. 군인, 직장인, 현장관리자를 거쳐 커피 명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에게 기술이 아니라 '삶 전체'가 배움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 국제 심사위원·바리스타 검증관… 2000명의 제자를 세상으로 보낸 스승

그는 다양한 국제 커피 자격과 심사위원 경력을 보유한 정통 커피 전문가다. ▲국제 바리스타 심사위원 ▲WCBC 바리스타 자격검증관 ▲월드 바리스타 큐그레이더(Q-Grader) ▲SCAE·SCA 국제자격 ▲KICCI 지도자자격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배출된 제자는 무려 2000명이 넘는다. 취업과 창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연 제자들이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교육자의 품격' 강의실에서 마주한 그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건네는 사람'에 가까웠다. 제자들의 성공을 자신의 명예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그의 모습은 교육자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 도시가 인정한 명장…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제자들이 만든 겁니다"

그는 달성군수 모범군민상, 대구시장 모범시민상, 대구교육감 표창, 대한민국 신지식인 등재 등 여러 기관의 인정을 받았다.


'명장의 말' 수상 경력을 묻자 그는 조용히 말했다. "제자들이 만든 상입니다." 그 한마디는 명장이 스스로 빛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 사회적 기업의 성공 모델을 위한 '교육 공간'의 절실함

그는 사회적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지역의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창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실습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커피 산업을 발전시키고,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배워 창업하려면 전용 교육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람을 키우는 기반'이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공간과 비전' 그의 말은 단순히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공간에서 제2, 제3의 지역 명장을 만들고, 지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미래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 "특산품 기반 커피로 지역경제 살리고, 실패 없는 창업 모델 만들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지역 특산품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커피 연구와 교육 시스템 확장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서민들이 실패 없이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술을 넘어 철학으로'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 한 지역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꿈이 함께 녹아 있는 '이야기'다. 기술과 철학이 조화되는 순간, 그의 커피는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가 된다.


◆ "다섯 평 남짓한 작은 가게, 그러나 배움과 변화의 가장 넓은 공간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고작 다섯 평 남짓이다. 그러나 그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제자가 인생을 찾아 떠났고, 지역 이웃들은 위로를 얻었다.


'공간이 아니라' 사람 다섯 평이라는 협소한 공간 안에는 커피 향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도전, 성장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공간은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배움의 깊이는 어떤 큰 학교도 따라올 수 없었다.


"사람이 모이면 공간은 크지 않아도 학교가 됩니다. 저는 이 다섯 평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제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을 겁니다."

이안아 대한민국 커피의 명장과 아시아경제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하고 있다.

이안아 대한민국 커피의 명장과 아시아경제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이안아 명장의 삶과 커피는 화려함보다 묵직한 진심에서 출발한다.


효에서 시작해 지역으로 확장된 그의 철학은 단순한 직업인의 서사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품어온 명장의 기록이다. 본지 기자는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빛을 내는 이웃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할 것이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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